업계 1위 신한카드, 2년만에 희망퇴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실적 악화 카드업계 감원 칼바람

카드업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1월 말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 카드사들이 인력 감축 등을 통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21일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7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인사 적체가 다른 카드사보다 심각하다”면서 “직원들의 희망에 따라 퇴로를 열어 준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카드업계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지난달 1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는 삼성카드도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내년 1월 말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에 따른 수수료 수입 감소액이 연간 6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카드사의 여력에 비해 수수료를 너무 많이 낮췄다. 카드업계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예년 같으면 지난달 말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되면서 원점부터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 카드사들은 내수 경기 침체로 당장 수익을 늘릴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우선 경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최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며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예산 삭감이 예상되는 분야는 마케팅 부문이다. 이미 일부 카드사는 내년도 마케팅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전 품목 카드 할인 행사 등을 했겠지만, 수수료 인하 방안 발표 후에는 특정 품목 할인 등 프로모션을 세분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서 통폐합 등 조직 개편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카드사들도 있다. 삼성카드는 이달 초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34개 임원 자리 중 8개를 없앴다. 임원이 대폭 줄면서 조만간 있을 조직 개편에서도 부서 통폐합을 통한 인력 감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매각설까지 나돌면서 카드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카드는 농협카드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고,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매각 검토를 위한 기초 자료 하나 만든 적 없는데 추측은 무척 진도가 빠르고 엉뚱하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매각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 결제가 늘어 카드사의 수익 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데다 가맹점 수수료까지 인하돼 카드 사업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매각설이 계속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신한카드#희망퇴직#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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