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금융투자업계는 초저금리 시대를 극복하는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한 해 내내 이어진 미국 금리인상 예고에 따른 시장 불안감으로 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고 헤매자 단기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이 생기자 금융 소비자들은 절세형 금융상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중위험·중수익 상품 인기몰이
올해 초저금리를 피해 은행에서 빠져나온 시중자금은 ‘은행금리+알파’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대거 몰렸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47조3453억 원어치가 발행돼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렸다. ELS는 개별종목 주가나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 움직임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지만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22일 현재 ELS(66조3098억 원)와 파생결합증권(DLS·32조6116억 원)을 더한 파생결합상품의 발행 잔액은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ELS 발행규모는 7월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ELS의 70%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중국 증시 급락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금융당국도 ELS 투자 과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시장에서도 채권과 주식에 골고루 투자해 ‘은행금리+알파’의 수익을 노리는 채권혼합형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1월 말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국내 채권혼합형펀드로 5조3000억 원이 몰렸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5조 원가량이 빠져나갔다.
갈 곳 잃은 돈 단기 투자상품으로
이달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돼 온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연중 내내 예견됐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섣불리 장기간 투자하기보다는 단기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올 한 해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가 인기를 끌었다. MMF는 고객 자산을 만기가 6개월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이내인 우량채권 등 단기상품에 투자해 생기는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MMF는 주로 법인과 거액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인들의 여윳돈도 MMF로 대거 몰렸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MMF의 설정액은 101조9659억 원이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수시입출금 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을 끌어들였다. CMA는 계좌이체를 할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예금계좌와 비슷하다. 하지만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 국공채나 회사채 등에 자동으로 투자하도록 설계돼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돌려준다. 장기로 투자할 때는 예·적금이 안정적인 수익을 줄 수 있지만 CMA는 하루만 맡겨도 수익이 쌓여 단지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8일 기준 CMA 잔액은 48조8617억 원이었다.
절세형 노후대비 상품 인기
예금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4%와 주민세 1.4% 등 총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저금리 기조에 가뜩이나 예금이자 수익이 미미한 상황에서 이 같은 세금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노후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노후를 대비한 절세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연금저축은 연 400만 원 납입 한도 내에서 납입금액의 13.2%만큼 세액공제를 해준다. 400만 원을 납입하면 52만80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근로소득만 있는 근로자 중 총급여가 5500만 원 미만이거나 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미만인 근로자는 세액공제율이 더 올라가 연금저축 납입액의 16.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세제혜택이 연금저축과 같은 퇴직연금계좌도 절세형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부터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의 세액공제 한도가 연 700만 원으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좀처럼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시장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어렵게 수익을 내 돈을 버는 대신 세(稅)테크로 돈을 벌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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