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비롯해 공작기계, 공구, 칼 등의 독일 제품을 접하면서 독일 제품의 뛰어난 품질에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왜 독일제품은 튼튼하고 좋으며 오래 써도 성능의 변화 없이 그대로일까?
이는 독일이 튼튼한 기본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단계별 직업교육이 철저한 독일 특유의 교육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지나치게 이론교육 위주로 치우쳐 있는 우리의 공학교육 현실과 대비된다. 과거 티센크루프코리아의 독일인 인사담당자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 졸업생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실무 능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한국 학생과 독일 학생은 출발점부터 다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론과목 대 실무과목의 비율이 학생들이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거의 9 대 1 정도일 것이다. 기계공학을 예로 들면 기계재료, 재료가공법, 기계요소 등 실무 과목의 학점·시간 배정은 매우 적다. 교재는 기술 발전과 산업 변화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미국 서적을 그대로 번역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수도 대부분 실무 경험이 거의 없어 효과적인 교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많은 대학들이 실습을 시간 때우기식으로 진행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의 설문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응답자들은 공학 교육의 문제점으로 실무 능력 배양 부족(21%)과 이론·강의 중심 수업으로 인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부족(18%) 등을 꼽았다.
교수평가 또는 대학평가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로 대학 자체 또는 교육당국의 노력만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다. 수요자인 기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이 신입사원 공채 시 실무 면접에서 실무 기본지식에 대한 질문을 강화한다면 학생들이 스펙 쌓기보다 이런 과목을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이러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교수와 대학 당국의 생각을 바꿔 공학교육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실무 경험이 많은 기업 출신 교수진도 많이 필요하다.
미래 엔지니어 교육은 당장 결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회사의 미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렇게 길러낸 인재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한다. 따라서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고 기업은 이를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을 하는 것이 진정한 산학협력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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