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늘어난 물산 순환출자 지분 팔아라"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첫 적용… 삼성 “시간 촉박… 기간 연장을”
《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이 9월에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키면서 일부 계열사 간 순환출자 지분이 늘어났다며 내년 3월 1일까지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2014년 공정거래법에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명문화된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다. 삼성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저성장의 파고를 넘기 위해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해야 하는 마당에 너무 엄격한 법 집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순환출자가 발생할 경우 처분 유예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원샷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간 순환출자된 지분이 합병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은 늘어난 지분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3월 초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약 7300억 원어치)를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밝혔다.
재계는 지나치게 엄격한 법 해석 때문에 기업들의 사업 재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지분 해소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공정위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
공정위는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전체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줄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중 3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합병 전보다 강화됐다고 봤다.
순환출자란 대기업집단(그룹) 내 계열사 A가 B로, B는 C로, C는 다시 A로 자본금을 출자해 계열사 간 지분 관계가 ‘고리’ 모양으로 얽히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부터 대기업이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사업재편 과정 합병, 순환출자 제재 논란 ▼
삼성SDI는 당초 옛 삼성물산 지분 7.2%와 제일모직 주식 3.7%를 갖고 있었다. 9월 초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이 합병 전보다 500만 주(통합 삼성물산 주식의 2.6%)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일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옛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옛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삼성SDI와 삼성물산 사이의 연결 고리가 굵어졌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기업 간 합병 과정에서 신규로 순환출자가 생기면 6개월 이내에 해당 지분을 처분하게 돼 있다. 삼성SDI가 6개월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해당 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과 함께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또 해당 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 삼성 “처분 기간 연장해 달라”
삼성 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3월 1일까지는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주식 처분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주식을 매각해도 삼성의 승계 및 지배구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통합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시장에 내놓으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은 시장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시간 외 주식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이 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7300억 원이나 되는 대형 거래이다 보니 상대방을 찾고 매각 주간사회사를 선정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자금을 대거나 통합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동원할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3000억 원 한도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대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어난 계열사 간 지분 증가를 순환출자 강화로 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또 지분 해소 유예기간인 6개월이 너무 촉박해 자칫 헐값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 재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합병 등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계열사 간 출자 지분 증가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사업 재편 과정의 부득이한 지분 증가를 해소하는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 주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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