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무기로 한 3大 기술
① 상대도 불안에 떨고있다 생각
② 분노하되 세련되게 표현
③ 협상 끝나갈때 실망감 전달
협상학의 무게중심이 점차 심리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60여 년 전만 해도 미국 대학에서 협상을 가르치던 교수들은 대부분 논리와 법적 지식으로 무장한 법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협상을 가르치는 심리학과 교수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도 최신호에서 ‘감정을 무기로 한 협상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렇게 비즈니스 협상에서 감정과 심리의 역할이 새삼스럽게 주목받는 이유는 지금이 공급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경제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경제적 이익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서로 좋은 감정이 있어야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대와 나의 마음을 다스려 만족스러운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감정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첫째, 불안이다. 불안감이 크면 좋은 협상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협상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협상력을 과소 평가하게 된다. 이는 불안감을 양산한다. 불안해지면 내 요구를 제안할 때 소심해지고, 조금이라도 빨리 협상 테이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양보를 하게 된다. 이럴 때는 “내가 떨고 있다면 상대는 더욱 떨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도망갈 수 있는 대안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안감을 줄이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립 장군은 임진왜란 때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여기서 지면 죽겠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왜군과 맞섰다. 협상에선 이랬다간 망한다.
둘째, 분노다. 협상 테이블에서 분노의 표출 그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 ‘나이스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심각한 협상 안건을 회피하거나 대충 넘어갔다가 나중에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양보해선 안 될 사안을 양보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분노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영업 담당자의 예를 들어 보자. 납품 가격을 내려 달라는 대기업 측의 요청에 대해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지금 협상하지 말자는 얘기죠? 합리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분들이군요!”라고 단정적으로, 또 마치 상대에 대해 판단을 내리듯이 화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그런 제안을 들으니 저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이 느껴지지 않아 섭섭하고 솔직히 불쾌합니다”라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식으로 화를 내는 편이 낫다. “앞으로 서로 간의 지속적인 거래를 위해선 납품 가격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우리 측의 입장을 덧붙이면 더욱 좋다.
셋째, 실망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표현되는 실망감은 상대방이 스스로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협상이 끝나갈 때 실망감을 전달하면 효과적이다. 실망의 표현은 상대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뛰어난 협상가는 상대방이 착각을 갖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협상이 끝났을 때 상대방이 ‘내가 이겼어’ 혹은 ‘적어도 비겼어’라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나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더라도 쉽게 행복감이나 흥분을 노출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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