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CJ 고문(82)이 최근 입원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측은 “(손 고문이) 의식이 없고 뇌 절반가량이 손상돼 깨어나기는 극히 힘들다. 식물인간 상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석 달 전 발병한 척추염 때문에 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손 고문은 19일 오후 6시경 바로 옆 병실에 입원 중인 아들 이 회장을 찾아가 “기운을 내자. 같이 살아야 되지 않느냐”며 “식사를 하라”고 격려했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영양수액제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앞에서는 꿋꿋했던 손 고문은 자신의 병실로 돌아간 지 2시간 만에 쓰러졌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뇌경색의 도화선이 된 것. 신속한 응급조치 덕에 목숨은 건졌다. 의료진이 급히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니 왼쪽으로 가는 뇌혈관이 완전히 막혔다. 막힌 곳의 혈전을 빼내고 2시간 동안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왼쪽 뇌 전체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오른쪽 뇌로 가는 혈관도 상당 부분 막혀 있었다.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이 회장은 실형 선고 이후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겹쳐 면역력도 크게 떨어졌다. 면역억제제 외에도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네 가지 약을 추가로 복용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오전 3, 4시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고령의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은 이 회장은 “나 때문에…”라며 심하게 자책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바로 옆 건물 병실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 가겠다고 했지만 의료진의 만류로 일주일 넘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극도로 악화된 이 회장의 건강 상태 때문이다. 의료진은 이 회장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병원 내 세균에 감염되거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쇼크를 받을 수 있다며 면회를 말렸다.
이 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27일에야 가까스로 ‘모자 상봉’이 이뤄졌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은 옆 건물 병실에 누운 어머니 손 고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 왔어요. 나는 별일 없고 밥도 잘 먹고 있어요. 빨리 일어나세요”라고 하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 손 고문은 이 회장을 알아본 듯 눈을 깜박이며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려는 듯이 왼손을 미세하게 움직였다. 손 고문은 의학적으로 불빛이나 통증 등의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다. 30분 정도 어머니 병실에 머문 이 회장은 복도에서 끝내 오열했다. 이 회장은 “나도, 어머니도 더 이상 사회적으로 역할을 그만하라는 것 같다”며 대성통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내과의 한 교수는 “죄를 떠나 환자 상태가 이렇게 나빠지고 있는데 옆에서 보면 볼수록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어머니는 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고 힘들 때마다 아이디어를 주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줬다. 나의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 고문은 이병철 전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의 부인으로 시어머니 박두을 여사를 끝까지 모신 효부(孝婦)로 알려져 있다. 지금과 같은 CJ의 기틀을 만든 것도 손 고문이었다. 또 이 회장이 20여 년 만에 CJ그룹 규모를 15배 이상 키우는 과정에서 어머니 손 고문의 역할도 컸다. CJ그룹 명예회장이었던 이맹희 씨는 8월 중국에서 폐암 등 지병으로 사망했다.
김 교수는 “이 회장이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생각에 식음을 전폐한 채 잠도 못 자고 자책하고 있어 현재 건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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