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섹스를 하거나 간을 이식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 동의한 성인이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얼마죠?”일 뿐이다. 시장은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2012년)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이 7월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곧 그 끔찍한 사건은 미국에서 온 치과의사 윌터 파머의 트로피 사냥(기념품 삼아 야생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가 세실을 사냥하기 위해 보호구역 밖으로 유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짐바브웨 당국은 그를 기소하지 못했다. 파머가 5만5000달러(약 6435만 원)를 내고 합법적으로 사냥 허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자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죽일 권리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게 과연 합당할까.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의 사례를 소개한다. 1970년대 이후 코뿔소의 개체 수가 급감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목장 주인에게 제한된 수의 코뿔소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사냥꾼에게 팔도록 했다. 그러면 목장 주인이 금전적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코뿔소를 밀렵으로부터 보호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도울 거란 생각에서였다. 실제 검은 코뿔소 사냥권은 한 마리당 15만 달러에 거래됐고, 이후 개체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거래 당사자 모두의 효용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검은 코뿔소도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정부도 만족스러운 정책효과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세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찜찜함은 가시질 않는다. 금전적인 거래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실과 검은 코뿔소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과연 돈으로 살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저자는 야생동물 사냥권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신장, 성, 학위까지 거의 모든 것이 상품화된 현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왔다”고 말하는 그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합니까? 만약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끝내 답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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