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판교점 ‘마비노기 영웅전’… 한달새 매출 4억 인기몰이
“동호회 등 젊은 마니아층 공략”… 유통업체들 신성장동력 찾기 한창
통나무를 베어 만든 듯한 의자, 음식을 채워 넣도록 제작된 통나무 상자들과 드럼통…. 서양 중세의 상점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지난달 20일부터 운영 중인 ‘마비노기 영웅전’의 팝업 매장(임시 매장)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게임업체 넥슨이 중세를 배경으로 만든 온라인 게임이다.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들어선 판교점 4층에 49m²(약 15평) 규모로 들어선 이 매장에서는 마비노기 영웅전에 등장하는 각종 게임 아이템을 형상화한 상품을 살 수 있다. 국내 대형 백화점에 온라인 게임 관련 상품 매장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신규 고객,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고객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이 매장을 열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이 매장의 매출은 4억 원을 넘었다. 해외 유명 고가(高價) 패딩 매장의 한 달 매출(4억∼5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매장 매출의 85%가 신규 고객에게서 나왔고 10, 20대 고객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내 10, 20대 고객 비중이 평균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것이다.
조나단 현대백화점 문화콘텐츠 담당(바이어)은 “젊은 마니아 고객들은 자신의 취미 활동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출을 하는 ‘큰손 고객’”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다음 달 말 만화 ‘포켓몬스터’를 주제로 한 매장도 열기로 했다.
대형 백화점들이 최근 이렇게 젊은 마니아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보편적인 상품 위주로 매장을 꾸려왔다면 최근엔 특정 분야의 마니아 계층을 겨냥한 매장을 잇달아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9월 노원점 8층에 배드민턴 마니아들을 위한 편집 매장 ‘배드민턴 스퀘어’를 냈다. 배드민턴 의류부터 라켓, 셔틀콕 등의 상품을 모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노원구에 약 30개의 크고 작은 배드민턴 동호회가 있어 지역 마니아들을 겨냥해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소수를 타깃으로 한 매장을 내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본점 영플라자 1층에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소속 가수들의 사진이 들어간 기념품을 판매하는 ‘SM타운’을 내면서부터다. 당시 12일간 6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좋아 이후 이 매장을 정식으로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도 아이언맨, 스타워즈 등의 캐릭터 피규어를 판매하는 편집 매장 ‘볼케이노’를 본점 6층 남성 매장에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계속되는 불황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젊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통 대기업들이 마니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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