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응답없는 카카오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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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택시앱, 반쪽의 성공” 평가

하염없이 도로만 보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내려왔다는 점 외에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오후 11시만 넘으면 택시 잡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다.

27일 오전 1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 식당에서 직장 송년회를 마친 직장인 윤재권 씨(31)는 도로에서 40분 넘게 택시를 잡다 포기하고 회사 노조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 윤 씨의 목적지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택시비 1만300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윤 씨는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등 콜택시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한 올해 연말도 택시 잡기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반쪽짜리 성공 ‘카카오택시’


올해 3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이달 13일 누적 호출 수 5000만 건을 돌파했다. 전국적으로 하루 호출 수만 60만 건에 이른다. 택시가 필요한 순간 도로로 나서지 않고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문화를 만든 셈이다.

정주환 카카오 비즈니스총괄 부사장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길거리에 택시가 이렇게 많은데 누가 귀찮게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느냐’란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카카오택시 불러’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순히 택시기사와 승객을 앱으로 ‘연결’했다는 점만 놓고 보면 카카오택시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단거리 승차 거부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평가기준으로 놓고 보면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다.

○ 시급한 서비스 개선


택시기사 서모 씨(59)는 카카오택시 승객이 많아졌다는 말에 휴대전화도 3G에서 LTE(롱텀에볼루션)로 바꿨다. LTE가 아니면 ‘콜’을 다른 택시에 뺏기게 되고 자연히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LTE로 바꾼 서 씨의 수입은 늘었을까? 서 씨의 답변은 ‘아니요’다. 서 씨는 “카카오택시 콜이 쏟아지는 시간대는 도로에도 사람이 많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도로에서 얼마든지 승객 목적지에 따라 골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카카오택시의 수익화를 고민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많아진 데다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문화가 자리 잡은 만큼 ‘연결 비용’을 소액으로 받거나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를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자평하는 카카오가 수익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단순히 연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승차 거부, 장거리 골라 태우기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도 수익화 전략을 내놓기 전에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심야에 카카오택시를 잡는 게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모처럼 잡은 사업 기회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 내부에서는 그동안 확보한 시간대별 콜 요청과 택시 운행 데이터 등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콜 요청이 많은 지역에 빈 택시가 많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같은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카카오택시#콜택시#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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