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돈이면 모든게 해결된다? 자본주의의 덫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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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섹스를 하거나 간을 이식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 동의한 성인이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얼마죠?”일 뿐이다. 시장은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2012년) 》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이 7월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곧 그 끔찍한 사건은 미국에서 온 치과의사 윌터 파머의 트로피 사냥(기념품 삼아 야생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짐바브웨 당국은 그를 기소하지 못했다. 파머가 5만5000달러(약 6435만 원)를 내고 합법적으로 사냥 허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자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죽일 권리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게 과연 합당할까.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검은코뿔소의 사례를 소개한다. 1970년대 이후 코뿔소의 개체 수가 급감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목장 주인에게 제한된 수의 코뿔소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사냥꾼에게 팔도록 했다. 그러면 목장 주인이 금전적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코뿔소를 밀렵으로부터 보호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도울 거란 생각에서였다. 실제 검은코뿔소 사냥권은 마리당 15만 달러에 거래됐고, 이후 개체 수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거래 당사자 모두의 효용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검은코뿔소도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정부도 만족스러운 정책 효과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세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찜찜함은 가시질 않는다. 금전적인 거래가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야생동물 사냥권뿐만 아니라 사람의 신장, 성, 학위까지 거의 모든 것이 상품화된 현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 왔다”고 말하는 그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합니까? 만약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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