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시련을 딛고 다시 뛴다” 재봉기기 名家, 재건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국내 최대 봉제기계 전문 썬스타㈜ 기업회생 절차 종결
법정관리 2년 반 만에 ‘재기’… 경영 정상화 가속도


국내 최대 봉제기계 전문제조 회사인 썬스타㈜(회장 손병준·www.sunstar.co.kr)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하고 재도약에 나섰다.

2013년 3월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해와 무리한 해외경영을 통한 적자 누적, 차입금 부담 등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썬스타는 2년 4개월 만에 새 주인을 만나 재기를 꿈꾸게 됐다. 오랜 시간 벼랑 끝에 섰던 이 회사는 7월 코스닥 상장 우량기업인 모베이스와 M&A를 체결하며 회생인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어 10월 30일 썬스타의 기업회생 절차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3년 가까이 끌어온 법정관리를 벗어난 썬스타의 ‘재봉기 명가’ 재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인천 공장과 별도로 베트남 하노이 북동쪽에 자수기 제조공장을 새로 설립하고, 내년 매출 목표를 9000만 달러로 정했다. 과거처럼 화려한 실적은 아니지만 영업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회생작업 종결로 인해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생산, 영업도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법정관리 2년 반 만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인천 서구에 본사를 둔 썬스타는 산업용 재봉기와 산업용 자수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계제조 업체 중 하나다. 1974년 한국미싱공업으로 출발해 40년 동안 산업용 자동 재봉기, 컴퓨터 자동 자수기 등을 제조해왔다. 재봉기, 자수기 본체와 더불어 제어를 담당하는 컨트롤 모터까지 직접 연구개발, 생산하는 원천기술이 손꼽히는 강점이다. 이를 통해 경영 악화 이전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봉재기계를 수출하며 연매출 1억5000만 달러을 달성해 오던 유망 중소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썬스타의 재봉기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품질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올 11월 초에는 부산 국제섬유패션전시회에 첨단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재봉기를 출품해 국내외 바이어들의 찬사를 받았다. 전시회에 출품한 재봉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계들과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최신 정밀기술을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전자제어식의 형태로 고안됐다. 2700spm의 빠른 봉제속도와 정확한 전자제어식 시스템은 고객사의 생산성을 높였음은 물론이고 모터 직결방식으로 쾌적한 작업 환경 및 작업자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특성을 지녔다. 누구나 쉽게 조작 구현이 가능한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과 360도 회전봉제로 부드러운 코너작업을 실현시켰으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전력소비량은 월등히 절감돼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난 후 썬스타는 최근 봉제기계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법정관리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회생절차 개시 이후 조직의 슬림화, 생산 및 가격경쟁력 강화 등의 자구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노력과 강한 회생의지, 협력업체 등의 적극적인 협조와 희생으로 성공적인 M&A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고대하던 양대 부문의 신제품 출시 소식도 들려온다. 썬스타는 내년에 재봉기와 자수기 신제품 한 기종씩의 출시를 목표로 잡고 현재 막바지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신제품은 품질은 기본이고 안정성, 그리고 가격경쟁력까지 겸비한 고객지향성 제품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 확충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내부적으로 핵심역량 부문인 연구·생산·마케팅·AS 부문의 인적자원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전 세계 주요 봉제 거점에 보다 전문화된 영업·CS(고객만족) 인력들을 파견해 세계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는 글로벌 봉재기계 메이커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다. 외부적으로는 부품 공급업체들과의 신뢰관계를 재구축했으며, 무엇보다 직원들의 생활 안정과 사기 진작을 위해 과거 회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체불된 임금을 전액 지급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망도 밝다. 썬스타는 앞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봉제생산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에 지사를 설립해 공세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여기에 재봉기와 자수기 동시 생산이라는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재봉생산 라인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 고객 맞춤형 기계와 시스템에 대한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손병준 회장 인터뷰
“마케팅, R&D 두 축으로 ‘히든 챔피언’ 도전”

“썬스타는 국내 유수의 봉제기계 제조회사입니다. 전 세계 100여 개국 수출실적을 이룩한 땀방울로 만들어진 썬스타의 저력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당당히 재기에 성공할 겁니다. 고객과 협력업체의 열렬한 응원과 성원이 필요합니다.”

손병준 회장은 “썬스타의 새로운 도약을 지켜봐 달라”며 이렇게 주문했다. 최근 M&A를 통해 썬스타를 인수한 손 회장은 “새로워진 썬스타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봉제만을 위한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닌, 봉제 그 이상의 혁명적인 새 시대를 이끌어갈 메커니즘으로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경영의 첫머리에 두는 것은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이다. 마케팅과 연구 부서에 불이 꺼지지 않아야 회사가 영속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를 두 축으로 전 세계 고객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경청하고 최고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손 회장이 꿈꾸는 목표는 원대하다. 봉제 강국 대한민국의 봉제기계 메이커로서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히든 챔피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의 매너리즘과 무사 안일함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품질과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기술과 조직의 대대적인 혁신을 일궈냈죠. 확 달라진 썬스타는 지금까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고객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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