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8일 유통·서비스 계열사 17곳(108명)에 대한 인사를 낸 데 이어 29일 식품·화학·건설·제조 부문 등 나머지 17개 계열사(91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틀에 걸쳐 발표된 이번 롯데그룹 인사는 경영권 분쟁 이후 ‘원톱 체제’를 구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투명성과 준법 경영, 소유·경영 분리 원칙 등 그동안 강조해 온 원칙에 입각해 집행한 첫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인사에서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이사 부사장(57)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사장은 올해 롯데그룹 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임원이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제과업계가 부진했음에도 김 신임 사장은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해외 사업의 실적을 개선해 그룹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강조해온 ‘여성 인재 육성’ 방침에 따라 28일 인사에 이어 29일에도 진달래 롯데칠성음료 상무보(45)와 롯데제과의 자회사인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의 미에케 칼레바우트 상무보(56) 등 2명의 여성 임원이 나왔다. 특히 1994년 롯데그룹 공채 34기로 입사한 진 상무보는 그룹 내 첫 대졸 공채 출신의 여성 임원이다. 칼레바우트 상무보는 그룹 내 첫 외국인 여성 임원이 됐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올해 7월 발생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이후 인사 폭을 최소화해 ‘신동빈 체제’를 안정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가 바뀐 곳은 롯데면세점과 대홍기획 등 2곳뿐이고 다른 조직 대표들은 모두 유임됐다”며 “내년에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굵직한 이슈들을 처리하기 위해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준법 경영 및 적법 절차 등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인사 전 이사회 추인 제도’를 도입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신 회장의 움직임은 올해 11월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롯데그룹은 비상장사라도 자산 3000억 원 이상 되는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둔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마지막으로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인사에서 4명의 여성 임원이 추가돼 그룹 내 여성 임원 수는 18명이 됐다. 신 회장은 이달 3일 여성리더십포럼 ‘2015 와우(WOW·Way of Women) 포럼’에 참석해 “2020년까지 과장 이상 간부 사원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고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지속적으로 여성 인재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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