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쏟아졌나… 11월 미분양 1만7503채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총 4만9724채… 한달새 증가율 최고

지난달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가을 분양시장에서 대거 쏟아진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쌓여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주택이 내년 상반기(1∼6월) 중 해소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금융권의 돈줄도 조여지고 있어 시장 구매심리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미분양 증가율 ‘사상 최고’

국토교통부가 29일 내놓은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9724채로 한 달 전보다 54%(1만7503채) 늘었다. 정부가 1993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증가 물량 기준으로는 2008년 6월(1만9060채) 다음으로 많았다.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6만5641채)이다.

미분양이 쏟아진 지역은 단연 수도권이다. 서울·경기·인천 미분양은 2만6578채로 전월 대비 70% 늘어 전국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경기 용인시(8100채), 김포시(980채), 파주시(970채) 등 최근 분양이 활발했던 서울 위성도시들에서 두드러졌다.

부동산업계는 미분양이 급증한 이유로 올해 집중됐던 건설사들의 ‘분양 밀어내기’를 꼽고 있다. 올해 1∼11월 누적 분양승인 물량은 49만3000채로 최근 5년간 승인물량 평균(27만4000채)의 1.8배였다. 인허가를 받은 해에 첫 삽을 뜨는 ‘당해연도 착공 비율’도 11월 현재 60%를 넘어 2009년(33.0%)의 갑절에 육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올해 안에 분양을 끝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 주택 시장, 소화능력 한계 왔나

문제는 최근 쏟아진 미분양 주택이 시장에서 당장 소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위례신도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격은 최근 2, 3개월 사이 2000만∼3000만 원가량 떨어졌다. 분양이 끝난 아파트조차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분양 재고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 인천 연수구 등은 올 2분기(4∼6월)만 해도 초기 분양 계약률이 100%를 나타냈지만 3분기(7∼9월) 들어 계약률이 70∼80%대로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올해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화불량’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업계가 시장 상황에 순응해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 여건도 좋지 않다. 금융당국이 내년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제한하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가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1인당 보증한도 및 횟수를 제한하기로 한 것도 분양시장에는 악재다. 여기에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미분양 증가는 주택경기 악화의 신호로 해석돼 부동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전·월세 가격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가 여전히 많아 집값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천호성 기자
#미분양#부동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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