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기업인… 기술로 편견 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장애를 넘은 CEO]<中>‘스타리프트’ 이영자 대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중소기업 스타리프트의 이영자 대표가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기업을 성장시킨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리프트 제공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중소기업 스타리프트의 이영자 대표가 경남 거창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기업을 성장시킨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리프트 제공
걸을 때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지체장애(4급)를 갖고 있는 이영자 씨(48). 그는 2007년 엘리베이터 부품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주위 지인들은 펄쩍 뛰었다. “여성인 데다 장애까지 있는데 무슨 창업이냐”며 말렸다.

하지만 이 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3명과 함께 퇴사한 직후 엘리베이터 부품 및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 ‘스타리프트’를 설립했다. 8년이 지난 현재, 스타리프트는 직원 50여 명에 연매출 100억 원을 올리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불안했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창업 당시 이 대표가 손에 쥐고 시작한 자본금은 약 3000만 원. 지인으로부터 경기 김포에 230m²(약 70평) 규모의 공장을 빌려 엘리베이터 개폐 장치 하나만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함께 회사를 나온 동료 3명은 각각 설계, 영업, 생산을 맡았다. 자신은 총괄 겸 사장을 맡았다.

창업 첫 달부터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빠듯하게 공장을 돌릴 만했다. 각종 비용을 줄였지만 연구개발(R&D)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예 회사를 세울 때부터 매출액의 1%를 R&D에 투자하기로 못 박았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관련 사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기술 개발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 덕분에 문 폭이 600∼6000mm인 다양한 크기의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었고, 지하철 역내 장애인용 경사형 리프트를 자체적으로 만들 정도로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

“첫 3, 4년은 생존이 목표여서 매출액이 거의 늘지 않았어요. 하지만 2013년 경남 거창군에 조성된 승강기산업밸리로 본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 대표는 승강기산업밸리에 새로 자리를 잡으면서 15명이던 직원을 35명으로 늘렸다. 공장은 최대한 자동화했다. 엘리베이터 전문 업체인 만큼 2층짜리 건물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엘리베이터 옆에 센서를 부착해 지게차가 오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끔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철판은 보통 무게가 40∼50kg으로 무거워 두 사람이 들어야 했다. 이 대표는 모든 생산 공정에 자동화된 리프트를 설치해 직원들이 혼자서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장을 바꾸니 생산성이 크게 뛰었고, 매출액도 50% 이상씩 늘기 시작했다.

스타리프트는 지난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선정한 ‘케이스타(K-STAR)’ 10개 기업에 엘리베이터 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포함됐다. KTL은 우수 중소기업을 케이스타 기업으로 선정해 글로벌 중견 수출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경남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취업하고 싶은 경남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9년째 사업을 운영하며 한 번도 장애가 걸림돌이 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각종 공공입찰에서 ‘여성기업’ 혹은 ‘장애인기업’으로 가산점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더욱 수출에 주력해 회사 규모를 키워 고용에도 더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리프트는 몽골과 태국,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와 중동 지역 10여 개국에 엘리베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애여성#기업인#스타리프트#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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