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자식이 있다”며 이혼 의사를 밝힌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고백은 29일 하루 종일 우리 사회의 이슈를 빨아들인 빅 뉴스였다. ‘최 회장이 후폭풍이 거센 위안부 회담 물타기를 한 것’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재계에 따르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모든 것이 내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남편의 혼외 자식까지 끌어안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두 사람이 이혼 소송을 한다면 위자료는 얼마가 될지, 상속 문제와 재산 분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가십이 가십을 낳고 있다.
▷최 회장의 고백에 대해 남성들은 “치부를 공개한 용기가 부럽다. 숨어서 혹은 드러내놓고 두 집 살림 하는 남자들도 있지 않느냐”며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여성들, 특히 ‘본처’들의 반응은 달랐다. “‘세기의 사랑’이라도 했느냐, 바람피워 애 낳고 뭘 잘했다고 공개하느냐” “편지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여인과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말만 있지 부인과 애들에 대한 미안함이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두 사람의 결별과 재산 분할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이날 SK그룹 주식은 하락세를 보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노 관장은 과거 한 신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감옥에 갔고, 막내아들이 소아당뇨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았다. 인생의 가장 낮은 바닥에 있었다”고 했다. 차녀는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인 최민정 중위다. “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해군으로) 극기 훈련을 갔겠느냐”는 댓글을 읽으면서 기자는 마음이 짠했다.
▷그러다가 문득 재벌 회장이라고, 전직 대통령 딸이라고 비켜가지 않는 ‘삶의 알수없는 소용돌이’에 생각이 미쳤다. 삶이란 모순과 혼돈 그 자체이며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깨달음 앞에서 누구도 큰소리치기 어렵다. 최 회장과 노 관장과 자식들, 그리고 최 회장의 ‘여인’과 그 아이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는 헌법으로 보장된 ‘행복추구권’이 있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고뇌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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