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지난해 상황이 좋지 못했던 국산 업체들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신차를 쏟아냈고, 수입차 업체는 현지에서 인기가 검증된 차량을 투입해 맞불을 놨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국내 판매가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수입차 업체는 사상 첫 연간 판매 20만대를 돌파하는 등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밖에 일부 국산 신차에서 녹이 발견되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렸던 사례까지 2015년 자동차 시장을 되돌아본다.
#르노삼성 QM3 효과 르노삼성자동차 QM3의 성공은 국내 완성차업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수입된 QM3는 쌍용자동차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등과 함께 국산 소형 SUV 돌풍을 이끌었다. 쌍용차는 티볼리(3만9809대)에 힘입어 판매량이 전년보다 45.3% 늘었고, 르노삼성 역시 QM3(2만1542대)의 선전에 따라 전년대비 44.9% 증가한 성적표를 받았다. QM3 성공은 한국GM의 대형세단 임팔라 도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르노삼성은 여세를 몰아 내년 상반기 탈리스만도 들여올 예정이다.
#경쟁력 높아진 국산차 올해엔 유독 세대변경 모델이 많았다. 현대자동차 올 뉴 투싼·아반떼·제네시스 E900, 기아자동차 K5·더 스포티지,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가 대표적이다. 이들 차량들은 이전 모델에 비해 대폭 향상된 품질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수입차와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다보니 시장 반응도 좋았다. 특히 신차효과가 지속되면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8.1% 늘어난 180만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8월 말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도 맞물리면서 역대 최다판매를 달성했다.
#수입차 연간 판매 20만대 돌파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며 올해 수입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수입차협회는 연말까지 23만5000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 19만6359대에 비해 20%가량 증가한 수치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5.8%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입차 판매의 가장 큰 변화는 인기차종의 다양화. 2003년 18.7%에 불과하던 배기량 2000㏄ 미만 수입차 판매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55.1%로 급증했다. 그사이 젊은 층의 수입차 보유 비중도 급속도로 높아졌다. 2015년 37.7%를 차지한 30대는 40대(28.5%)와 50대(17.4%) 보다 많았다. 디젤 수입차 비중도 2003년 0%에서 올해 10월 68.4%를 기록하는 등 시장 판도를 바꿨다. 2003년 17%이던 수입 SUV 비중 역시 올해는 26%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무색 폴크스바겐은 지난 10일 독일 현지에서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고 자체 조사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폴크스바겐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폴크스바겐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리콜 비용과 벌금 등으로 최대 780억 유로(약 102조18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순이익보다 무려 7배가 많은 액수다. 지난해 말 현재 폴크스바겐의 총자산은 3512억 유로(약 460조7428억 원)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믿기 힘든 기현상이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폴크스바겐 차량이 외면 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조작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0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67.4% 감소한 947대에 그치자 곧바로 파격적인 구매조건을 내걸었다. 업체 측은 이 기간 현금으로 차를 사면 최대 1772만 원 이상 할인과 티구안, 골프 등 17개 주요 모델에 대해서는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진행했다. 그 결과 11월 신차 등록 대수는 4571대로 9월보다 477% 증가하는 실적을 보였다.
#국산 인기 SUV ‘녹(綠)’으로 이미지 실추 올 뉴 쏘렌도·뉴 코란도C·티볼리 등 일부 국산 인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시트 내 철제 부품에서 녹이 발견되면서 제품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이들 차량이 1~2년 내의 신차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원성은 더욱 컸다. 현재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신형 쏘렌토와 코란도 2열 시트 녹에 대한 신고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신고는 30일 현재 약 500건에 달한다. 이중 쏘렌토는 463건, 코란도 31건 등이다. 이에 대해 해당 제작사는 2열 시트 철제부분 녹 발생과 관련해 무상 수리에 나섰지만, 방청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현대자동차가 차 이름이던 제네시스를 고급차 브랜드로 독립시켜 전 세계 고급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1967년 창립 이후 48년간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를 사용했으나 앞으로 현대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사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고급차를 개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뒤 2008년에 1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이 차는 2009년 아시아 기업이 생산한 대형차로는 처음으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에 출시한 2세대 제네시스 역시 올해(1∼9월) 미국의 럭셔리 차량 판매량에서 벤츠E 클래스와 BMW5 시리즈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의 6개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기존 가솔린 모델 외에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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