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는 데에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추정에 따르면, 협상이 길어져 발생한 손실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협상기간은 1946년부터 1966년까지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로 인한 인류의 손실을 계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왜 어떤 협상은 비교적 쉽게 타결되는 반면 어떤 협상은 국가 간 합의에 이르는 데 수년, 심지어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까. 국가 간 협상 문제를 연구하는 국제정치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데이비드 비어스 교수 등은 협상 대상이 된 ‘국제조약이 효력을 갖는 기간’에 주목했다.
국가 간 협약 중 다수는 유효기간을 명시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 반면에 1958년에 체결된 남극조약이나 1967년의 ‘외기권 조약’(외기권에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등의 조약)과 같이 유효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무기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는 조약들도 있다. 또 한시적 효력을 갖는 경우에도 그 기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비어스 교수 연구팀은 효력 기간을 명시하지 않거나 효력 기간이 길수록 협상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이를 검증했다. 효력 기간이 길수록 협상 당사자들은 더 불확실한 ‘미래의 그림자’ 속에서 협상에 임하게 되고, 그럴수록 상호 동의에 이르는 과정은 난항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조약에 유연성이 있을수록 협상이 길어진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협상에서 빠른 타결과 효과의 지속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렵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로 드러났다. 협상 당사자들은 빠른 타결과 효과의 지속성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에 임하기에 앞서 상대 기업의 우선순위가 우리 기업의 우선순위와 일치하는지도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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