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왔다. 산업 발전을 통해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전기와 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지구를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넘나들게 됐다.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산업 기술은 점점 효율성과 편리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보해 왔지만 최근 들어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효율성 향상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초연결 사회’는 더이상 상상 속의 미래가 아니다. 스마트 기기가 없는 현대인의 일상을 생각할 수 없듯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기술 없이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소비재의 범위를 넘어 발전이나 항공 등 대규모 첨단 산업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도 발전 가스터빈, 항공기 엔진 등 거대 기계로부터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이른바 ‘산업인터넷(산업용 IoT)’으로 진화했다. 대규모 산업에서 산업인터넷을 통해 1% 효율성을 높이면 비용 절감을 통한 추가적인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첨단 산업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 특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를 디지털 선박에서 찾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같은 환경 변화로 이제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통합되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제조기업이 제조기업으로만 남아 있다면 더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GE는 세계를 대표하는 인프라 산업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을 선언하며 디지털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을 버린 것이 아니다. 137년이 넘는 제조업 전문성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합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은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사내의 모든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해 GE디지털 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 사업부는 발전, 항공, 헬스케어 등 산업별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별도의 디지털 사업부를 설립한 것이다. 이는 GE의 변화 의지를 대변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관련 산업이 침체돼 가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핵심역량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의 미래는 디지털 기술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제조 기업들도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무인 자동차, 디지털 선박을 지금 우리 손 안에 있는 스마트 기기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디지털 기술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
기업은 오직 시대에 따라 변화할 때 생존할 수 있고, 그 흐름의 선봉에 설 때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이제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도 그동안 축적한 산업 전문성에 디지털 역량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세계 제조업을 주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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