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초긴장
中증시 두차례 서킷브레이커, 위안화 급락… 4년만에 최저
원-달러환율 15원 치솟아 1187원
새해 벽두부터 신흥국 경제위기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외 경제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중동에서는 정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고, 경기 둔화 그림자가 짙어진 중국에서는 증시가 또다시 폭락해 ‘차이나 쇼크’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가 3% 안팎 빠지며 충격을 받았다. 정부 당국은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요동치자 국내 금융,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 커져”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상하이증시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6.86% 폭락하는 ‘패닉장’을 연출했다. 세계 시장을 뒤흔든 중국발 쇼크가 한창 불거졌던 지난해 8월 25일(―7.63%)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두 차례나 발동했지만 폭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당국은 상하이증시의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장중 7% 급락하자 오후 1시 33분(현지 시간)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결국 장 마감까지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날 폭락장은 새해 벽두부터 중국 제조업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시장 예상치인 48.9를 밑돌았다. 전달의 48.6보다 낮아진 것으로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다 위안화 가치의 평가절하 추세가 계속되면서 중국 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증시 급락세를 부추겼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5032위안으로 고시했다. 2011년 5월 이후 4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절하된 것이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세계경제 뇌관 예상보다 일찍 터져” ▼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또 한 번 확인된 데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2원 급등해 약 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87.7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 불안의 뇌관으로 꼽혔던 중동 및 중국발 악재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동시에 터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가 더 악화되고 이것이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이 깊어지면 상대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털을 갖춘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 중국과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 경제는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8일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이 가속화될 경우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출렁이면서 원화 가치가 함께 불안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뜩이나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복귀를 늦추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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