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통신 사수’ 뚝심… KT 기가인터넷 가입 100만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고화질 영화 10초면 다운 가능… LG-SK 포함땐 총 140만 넘어
KT, 2016년까지 총 4조5000억 투자… “2016년 가입자 220만명 넘겠다”

컴퓨터에 통신 모뎀을 연결했다. ‘코넷(KORNET)’에 로그인하자 ‘삐삐삐’ 하는 소리가 나며 인터넷에 연결됐다. 20년 전인 1996년에 초등학생이었던 직장인 박모 씨(32·여)는 소리 때문에 부모님이 깰까 봐 담요를 뒤집어쓰고 인기그룹 H.O.T.의 웹 소설을 숨죽여 읽었다. 전화기 모뎀을 통해 연결되는 1세대 인터넷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박 씨의 집에는 기가인터넷이 깔려 있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영화나 드라마를 내려받아 보곤 한다. 1∼2GB(기가바이트) 크기인 고화질(HD) 영화는 이전에는 내려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이제 10초면 한 편을 받을 수 있다. 박 씨는 “처음 인터넷을 했을 때의 신기한 기분을 아직 기억하는데, 이제 집에서 원하는 영상을 마음대로 내려받아 출퇴근하며 보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 기가인터넷 140만 시대

국내 기가인터넷 시대가 무르익었다. KT는 자사(自社)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4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의 20만3000명과 LG유플러스의 23만2000명을 더하면 국내 총가입자 규모는 140만 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유선 인터넷은 가정이나 사무실 단위로 가입해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만∼400만 명의 인구가 기가인터넷을 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14년 10월 기가인터넷의 전국 상용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의 성과다. 1994년 최초의 인터넷 전국망이 깔린 지 22년 만이다. 당시 1세대 인터넷의 속도는 9.6킬로비트(Kbps·초당 킬로비트)였다.

기가인터넷은 유선 인터넷의 속도가 1초에 1GB 용량을 전송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종전의 100Mbps급 인터넷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1세대 인터넷과 비교해선 10만 배 이상 빨라졌다. KT는 내년까지 기가 인프라에 총 4조5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9조5000억 원, 고용 창출 효과는 3만2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고화질 콘텐츠, 사물인터넷의 토양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경기 성남시 KT 분당지사를 찾아 ‘기가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 달성’을 축하하며 직원들에게 기념 떡을 돌리고 있다. KT 제공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경기 성남시 KT 분당지사를 찾아 ‘기가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 달성’을 축하하며 직원들에게 기념 떡을 돌리고 있다. KT 제공
기가인터넷의 확대는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안방 사수’ 전략의 일환이다. 황 회장은 2014년 9월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유선 인터넷 사업을 가리켜 “그동안 우리는 본업인 통신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망각해왔다”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본업을 소홀히 여겨 경쟁사에 안방을 내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황 회장은 유선사업에 집중해 기가(GiGA) 사업본부를 만들고 상무인 본부장을 사장급으로 부르게 했다.

기가인터넷의 토양은 그만큼 향후 정보통신기술(ICT)과 5세대(5G) 이동통신의 발달에 중요하다. 동영상과 게임 등 콘텐츠 소비가 늘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발달하려면 속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말까지 기가인터넷 220만 가입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기가인터넷#kt#황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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