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 렌즈시장의 22%를 차지해 국내 2위 업체인 대명광학이 미국의 중견 렌즈 제조업체인 비전이즈에 1335억 원에 팔렸다고 한다. 2002년에는 1위 업체 케미그라스가 프랑스 에실로의 국내 합작사 에실로코리아에 팔렸으니 국내 안경 렌즈시장은 점유율 3위 일본 호야까지 모두 외국계가 장악하게 됐다. 세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하던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외국계에 속속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1985년 설립된 대명광학은 2012년 무역의 날에 ‘5000만불 수출탑’을 받았으며 여성고용률도 높아 대전시가 ‘여성친화기업상’을 줄 정도로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창업주 이경석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수익이 나면 바로 재투자를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한 우물을 판 중소기업인의 열정과 집념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렌즈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에, 중저가 시장은 중국 베트남 업체들에 잠식당하면서 매출이 2012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인수합병을 선택하고 말았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크기에는 경영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 중에는 2세가 경영을 원하지 않는 등 가업 상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내 사업체의 99%,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창업세대의 고령화로 2세가 경영을 이어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2세에게 물려주려 해도 세금 폭탄이 두려워 아예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아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히든 챔피언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년 6월 정부도 향후 5년간 히든 챔피언 기업을 100개 만들겠다고 했지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알찬 기업들을 키울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의 내우외환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은데 알짜 중소기업이 미국에 팔렸다는 소식이 씁쓸하다. 중소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세 인하 및 장기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잘못된 상속세법부터 시급히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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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6 09:50:08
요즘 우리나라 정치인들 행태 및 국민들 심정 보면 누구 잘 살고 누구 못 살바에는 다 같이 죽자는 느낌마저 드네요. 뛰어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2016-01-06 21:49:00
적극 지지 및 적극 공감.
2016-01-06 10:19:58
정부가 공정한 감독자의 역할을 선진적,윤리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불법 상행위와 불량제품이 최저가라는 미명으로 내수시장을 지배하게되고 국산 우수제품은 시장을 잃어간다.또 선진경영을 배운젊은 기업인들은 괴리감에 절벽에 서있다. 한국 자본주의 윤리적 토대를 강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