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하와이 갈 마일리지로 모형비행기 사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이제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처가 넓어집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 범위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비동반 청소년 서비스 요금이나 로고 상품 구입을 마일리지로 할 수 있게 된 것. 사실 어쩌다 한번 마일리지를 써보려고 해도 원하는 날짜에 구입 가능한 항공권이 없기 일쑤다. 마일리지를 쌓아둔 채 유효기간이 지나가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허탈함까지 느낀다. 사람들을 가장 황당하게 한 것은 ‘로고 상품’. 100분의 1 크기의 A380 기종 모형 비행기의 마일리지 가격은 3만4000마일, 대한항공 로고가 새겨진 테디베어 인형 세트는 1만2000마일이다. 3만6900원 상당의 ‘제주 퓨어 워터’ 생수 세트는 6000마일이다. 사람들이 여기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만큼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을지 따져봤다. 대한항공 인천∼영국 런던 노선을 타면 편도 5652마일이 적립된다. 길이 73cm 정도의 대한항공 모형 비행기를 살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하려면 인천∼런던을 3번은 왕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약 8시간 걸리는 인천∼하와이 노선의 대한항공 직항편 마일리지 가격은 모형 항공기 구입 마일리지와 비슷한 3만5000마일이다. 기자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찾아본 같은 구간의 대한항공 표는 87만4700원이었다. 즉, 모형 비행기를 살 수 있는 마일리지에 조금 더 보태면 약 87만 원짜리 하와이행 티켓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해당 모형 항공기의 절반 크기인 200분의 1 모형 항공기는 인터넷에서 10만 원 이하에 거래되고 있다.

생수 세트도 마찬가지. 5000마일이면 제주도행 편도 티켓과 바꿀 수 있는데, 제주산 물이 제주행 비행기 표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제주산 물이 아무리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해도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외에 제주민속촌 입장권을 살 수 있지만 제주 여행객에 한정되고(성인 1500마일), 비동반 청소년 서비스 요금(구간당 1만 마일)은 보호자 없이 청소년을 외국에 보낼 부모 아니면 딱히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가격으로 마일리지를 쓸 사람은 유효기간이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그사이에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사람들뿐 아닐까.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일리지는 쓸 곳 없이 그냥 쌓이기만 할 것 같다. 마일리지를 빨리 소진시키려는 항공사의 꼼수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기내 면세점 할인 등에 쓸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항공#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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