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해 바다에서 오징어가 잡히고 있다.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라 8,9월 동해안에 머물다가 10월 이후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동해, 서해, 남해를 가리지 않고 잡히는 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968년부터 2014년까지 한반도 주변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16.1도에서 17.3도로 1.2도 올랐다고 8일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폭(0.38도)의 3배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바다 지형이 갇힌 형세라 다른 지역보다 수온이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수온 상승으로 한반도 주변의 어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따뜻한 물에 사는 난류성 어종이 한 겨울 동해와 서해에도 나타나고 있다. 오징어를 비롯해 대표적인 남해 어종인 멸치도 동해, 서해를 가리지 않고 한국 바다 전역에서 잡히고 있다. 제주도 인근에서만 잡히던 옥돔이 지난해 6월 독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는 필리핀이나 대만 주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청줄돔, 가시복, 쥐돔, 참다랑어 같은 아열대성 어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몸길이 1m가 넘는 참다랑어가 1000마리 넘게 잡히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찬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급격히 줄었다. 1970년대 연간 7만t이 잡혔지만 지금은 1~2t 정도만 잡힌다. 시중에서 파는 명태의 90%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도루묵의 어획량도 1970년대에 2만여 t에서 2000년 이후 3000여 t으로 줄었다.
부경대 생물자원학과 김진구 교수는 “수온이 계속 올라가면 물고기가 더 북상해 어장 지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며 “현재는 한류성 어종인 연어가 동해안에서 잡히지만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명태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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