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소비자들은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1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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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보조 제도의 대상이 최저 소득층에서 조금씩 상위로 올라갈 것입니다. 이제 주택정책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쪽은 건설사도, 구매자도 아니고 세입자가 되는 것이죠.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임동근 김종배·반비·2015년)

임동근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정부와 정치권이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의 대중화다. 1970년대 아파트를 선호하는 국민은 100명 중 6명도 안 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주택 시장을 뒤바꿔 놓았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 제도를 도입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수요를 늘리고, 대출 제도를 활용해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을 줄여주자 아파트는 주택시장의 대세가 됐다.

최근 임대주택 정책도 정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임대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임대료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도 정부가 세입자가 내야할 임차료를 일부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높은 가격의 임대주택 수요를 유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렇게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주택 임대와 매매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집값이 폭락한다면 주택 소비가 사라지고 시장과 기업에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만능은 아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거나 갑자기 뒤바뀌면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저자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 사업이 계속 변경된 서울 뚝섬 개발 등을 정책 혼선이 빚은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주택 이용자들이 정책을 더욱 면밀하게 감시하고 건설 및 주택관련 기업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주거 문화와 주택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유 주택’, ‘세대 공존형 주거단지’ 등 민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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