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박카스가 지난해 국내 매출 2009억 원을 기록했다. 제약업체가 단일 제품으로 국내에서 연 매출 2000억 원을 넘긴 것은 박카스가 처음이다.
11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박카스D(약국판매용)는 1506억 원, 박카스F(편의점·마트판매용)는 503억 원어치가 각각 팔렸다. 1961년 첫선을 보인 후 지난해까지 박카스의 누적 매출액은 4조2000억 원으로 총 192억 병이 팔려 나갔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그동안 팔린 박카스 병을 눕혀 놓고 길이를 재면 지구를 57바퀴 돌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단일 제품이 연 매출 2000억 원을 넘기는 일은 식품업계에서도 흔치 않다. 2014년 기준으로 대표적인 조미료인 대상 미원의 국내 매출액은 1005억 원, 오리온 초코파이는 1050억 원이다. 연 매출액이 2000억 원을 넘는 제품은 동원F&B의 동원참치 캔(3500억 원)과 농심의 신라면(4000억 원) 정도다.
박카스는 피로 해소 효과를 앞세워 줄곧 자양강장제 시장에서 1위를 달려왔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1년 나온 광동제약 비타500은 최고의 경쟁자였다. 비타500은 무섭게 박카스를 추격했고, 2005년에는 12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박카스(1255억 원)를 바싹 따라붙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박카스는 비타500과의 격차를 다시 벌렸으며 2011년 9월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 판매가 허용되면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박카스의 성공 비결로는 끝없는 변신과 꾸준한 마케팅이 꼽힌다. 박카스는 제일 처음 나올 때 지금과 달리 알약 형태였다. 얼마 후에는 앰풀 형태로 바뀌었다. 1963년 8월에 지금과 비슷한 병 제품이 선보였으며 이 제품이 박카스D다. 동아제약은 1990년대 초에 박카스F 제품을 새로 내놓았고, 2005년 3월에는 타우린 성분을 갑절(2000mg)로 늘린 박카스D(더블)까지 내놨다.
일반 대중에게 각인될 만한 광고 카피에 특히 신경을 써 왔다는 게 동아제약의 설명이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지킬 것은 지킨다’ ‘꼭 가고 싶습니다’ 등의 광고 카피는 세간의 유행어가 됐다. 한가인, 고수, 주진모 등 여러 배우들이 신인 시절 박카스 광고를 찍었다가 나중에 톱스타로 성장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1998년부터 시작한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박카스의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에서 따왔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89)이 독일 유학 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에서 박카스 동상을 보고 이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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