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째 지지부진했던 금 가격이 새해 들어 반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는 데다 저유가 수렁에 빠진 중동의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다.
○ 시장 불안 속 안전자산 인기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새해 첫 거래일인 4일에 1.4% 오른 온스당 1075.20달러를 나타낸 이후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 가격은 8일 조정을 받으며 1097.90달러로 마쳤지만 1주일 동안 3.6%나 급등했다.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국제 금값이 상승하면서 국내 금 거래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금 도매가격은 g당 4만2200원으로 올 들어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는 투자자도 많아지면서 전체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1341g이던 거래량은 11일 1만7822g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금값 상승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중국의 경기 침체나 중동의 정정 불안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주식시장 호황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2011년부터 침체기를 보냈던 금과 같은 귀금속이 이제 다시 주목받을 시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값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여 3월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높아졌다”면서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금값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물 투자부터 금 펀드까지 다양
금에 투자하는 이른바 ‘금테크’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골드바와 같은 현물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을 살 때는 10%의 부가가치세와 5% 내외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시세 차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다. 골드바 투자는 세금이나 보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15% 이상의 수익을 내야 의미가 있으므로 최소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골드뱅킹이나 금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도 있다. 골드뱅킹은 실물 거래 없이 통장에 돈 대신 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납입 시점의 금 시세에 따라 통장에 금이 쌓인다. 나중에 투자한 돈을 되찾을 때는 출금 당시 시세로 금을 현금화하기 때문에 금값이 오른 만큼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금펀드는 금과 관련된 기업이나 금 지수에 연동되는 선물(先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현물과 달리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좋다. 다만 간접투자다 보니 현물을 직접 구입했을 때보다 금값 상승에 따른 이익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도 있다. 이 밖에 1g 단위로 거래가 가능한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이용하면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장내에서 거래할 경우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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