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모두 “2016년 경제, 2015년보다 안좋거나 비슷” 위기 진단
정유-화학업체, 첫 합작공장 설립… 기업 22곳 “신규투자만이 살 길”
5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MX) 생산공장 건설 현장. 부지 면적이 26만4462m²(약 8만 평)인 이곳에서 공사 인력 2000여 명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병문 현대케미칼 MX2팀장은 철골로 가득한 현장을 가리키며 “타워, 압축기, 펌프 등 주요 기기 설치 작업은 70%가량 진행됐다”며 “하반기(7∼12월)에는 MX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케미칼은 서산 대산공단 ‘이웃사촌’인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 대 4 비율로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정유업체와 석유화학업체 간 합작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의 동행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처한 경영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현대오일뱅크로서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시점에서 ‘나 홀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컸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업체들의 설비 증강으로 인해 원가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재계에서는 현대케미칼이 불황을 가장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기업 간 협력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동아일보가 국내 3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1곳(36.7%)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19곳(63.3%)은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이런 위기를 온전히 극복하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22곳(73.3%)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꼽았다. ‘사업 구조조정’(16곳)과 ‘비용 절감’(15곳)에도 상당수 응답이 몰렸지만 허리띠 졸라매기만으로는 위기 탈출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현대케미칼처럼 국내 기업들끼리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사업을 보완하는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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