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매장이 급속도로 늘면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졌다. 문을 닫는 매장이 속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국내의 중대형 커피전문점 브랜드는 30여 개다. 또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2013년 12월 말 1만8000여 곳에서 2014년 2만여 곳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말에는 4만9600곳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커피전문점 시장은 연간 5000억∼6000억 원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 원. 올해는 4조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커피전문점 구조조정 바람 불 듯
전문가들은 올해 커피전문점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격변할 거라고 예상한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경희대 프랜차이즈 MBA 겸임교수)은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데 매장 수는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땅을 뺏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커피전문점 구조조정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카페베네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뀐 것을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0년대 초 커피 프랜차이즈 1위에 올랐던 카페베네가 수익성 악화와 1000% 안팎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게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 드롭탑도 지난해 말 직원 20%를 권고사직했다. 주커피는 7개였던 직영점을 1개까지 줄였다.
‘2014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생존율은 1년차 76.9%에서 2년차 55.8%, 3년차 47.4%로 낮아진다. 3년 안에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모 씨(59·여)는 “카페가 아직은 잘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너무 많아지니까 수입이 점점 줄 것 같아 제외했다”라고 말했다. 창업 시장에서도 커피전문점을 여는 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 생존경쟁 치열해졌다
업체마다 앞다퉈 최상급 원두를 쓴다며 홍보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매출을 계속 올리려면 결국 다른 커피전문점의 손님을 뺏어야 하는 것이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은 여름과 가을에는 브라질 포르모자(포모사) 농가에서, 겨울과 봄에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농가에서 원두를 고른다. 2014년 7월 국내에 들어온 율리어스 마이늘은 유럽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아예 원두 가공을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이디야도 1년 반마다 원두 업그레이드를 한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고급 원두 양이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원두 수입량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2005년 2t에서 지난해 23t으로, 예멘 모카 마타리는 2007년 3t에서 지난해 22t으로 늘었다. 자메이카와 예멘, 하와이(코나)는 세계 3대 원두산지로 꼽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제는 맛의 질과 다양성을 갖추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1000원대 편의점, 빽다방부터 한 잔에 1만 원이 넘는 커피까지 가격 스펙트럼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씨유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해 모두 1000원대 저가 원두커피를 내놨다. 1000원 커피 열풍을 일으킨 백종원의 빽다방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매장 수를 280여 개 늘렸다.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등장하는 업체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저가 커피 시장 경쟁이 올해 특히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일화가 운영하는 커피 코나퀸즈의 코나 100%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커피전문점 루소랩의 ‘온두라스 COE 커피’도 1만 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도 고가의 커피를 팔고 있다. 6000원에서 1만 원 사이인 고급 커피를 지난해 12월 말 현재 51만 잔 팔았다.
결국은 개성 있는 곳이 살아남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맛이 다양해지는 등 시장이 성숙해지면 결국 특색 있는 몇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업체들도 그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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