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원유 관련 투자 상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투자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1% 오른 배럴당 3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 가격은 소폭 올랐지만 연초보다 17.7% 떨어진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장외 거래에서 배럴당 29.96달러로 떨어져 200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30달러 선을 내주기도 했다. 8일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된 중동산 두바이유는 이날 26.4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연일 하락하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파생결합증권(DLS) 상당수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의 13일 가격을 적용했을 때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DLS 727개 중 459개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DLS 발행 물량은 전체 발행물량(1조1125억 원)의 약 83%인 9227억 원에 이른다.
원유 DLS는 만기 때 유가로 수익이 결정된다. 투자자들은 국제유가가 가입 시점의 40∼60%여도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이 밑으로 떨어지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8일 만기가 돌아오는 미래에셋증권 DLS 506호의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55.32달러를 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된다.
원유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의 수익률도 악화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유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5.0%,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40.4%로 떨어졌다. WTI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의 손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유가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고, 중동지역의 공급 과잉이 겹쳐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원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영국의 스탠더드차터드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은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달러 가치가 5% 오르면 유가는 10∼25%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유가 변동성이 커 관련 상품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가 반등의 확실한 신호를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게 좋다”며 “DLS는 중도 환매가 가능하지만 해지 수수료와 손해를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유가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일본 증시도 타격을 받았다. 14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한때 17,000엔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2.68% 내린 17,240.95엔으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가 17,000엔을 내준 건 지난해 9월 2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유가 하락에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내려갔고, 재정악화에 직면한 산유국들이 자금 회수에 나선 게 하락 원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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