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주암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5200여 채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난 14일 과천시 별양동의 A공인중개소에는 주변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의 걱정 섞인 문의가 빗발쳤다. 뉴스테이에 청약자를 뺏겨 일반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A공인중개소 대표는 “그 땅에 벤처기업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막상 주택단지가 생긴다고 하자 조합원들이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 ‘미니 신도시’급 뉴스테이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서울 강남권 및 수도권 남부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간판 브랜드로 지어지는 뉴스테이가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주변 아파트 전·월세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예정지구 인근의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 부동산 시장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과천 구시가지 아파트들이다. 15일 과천시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현재 과천주공6단지 등 4곳이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기 위한 관리처분 신청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단지들도 재건축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과천의 모든 주공아파트가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단지들의 입주 시점이 뉴스테이 완공과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공7-2단지가 안전진단 통과 5년 뒤인 지난해 이주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2014년 안전진단을 받은 4·5·8·10단지 등도 4∼5년 이내에 분양에 나설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예상이다. 주암동에 들어서는 뉴스테이 역시 2020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어서 재건축 일반분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별양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구 7만 명인 과천에 2만 명이 입주하는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일시적으로 아파트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구 우면동 보금자리지구 등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중교통과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이 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새로 생기면 각종 기반시설이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우면동 주민 김선영 씨(33·여)는 “우면지구에 마트가 없어 버스를 타고 20분을 나가 장을 보고 와야 한다”며 “뉴스테이와 함께 단지 내 상가가 조성되면 생활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면동 삼성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세난에 지친 강남지역 세입자들이 최근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우면동 아파트 전세금 시세가 1년 전보다 1억 원 이상 뛰었다”며 “뉴스테이에 청약하겠다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중산층의 인식이 바뀌고 있어 주암지구가 강남권 세입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평가한다. 강남권과 가까워 실제 뉴스테이 성공 여부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의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10.09 대 1이었고, 15일 360채 모두 계약을 마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천 주암지구가 지금까지 발표된 뉴스테이 중 입지 여건이 가장 좋다”며 “월세화(化)가 빠르게 진행되는 강남지역의 임대차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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