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끼리 먹고먹히는 ‘정글 ICT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석달새 1조대 M&A 2건… 다음은

최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불과 3개월 동안 1조 원이 넘는 ‘빅딜’이 두 건이나 있었다. 지금도 물밑에서 ICT 업체 간 인수합병(M&A)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 저성장 기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ICT 업계는 ‘변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기존 제조업체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위 사업자’끼리 합병하고,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 ICT 업계 변신의 핵심 키워드다.

○ 1등이 1등을 삼킨다

이동통신업계 선두주자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케이블TV업계 1등 CJ헬로비전을 약 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메신저 및 포털업계 선도 업체 카카오는 올해 1월 음원업계 1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43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ICT 업계에서 1조 원이 넘는 빅딜이 3개월 만에 두 건이나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인수 방식을 보면 속전속결이 두드러진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카카오가 로엔을 사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 2개월이다. 제조업체는 주로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왔다. 하지만 ICT 업계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주기가 짧기 때문에 ‘속전속결식 M&A’를 선호한다.

ICT 업계의 M&A는 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지배적 사업자를 사들인다는 특징이 있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주요 그룹은 몸집 불리기에 초점을 뒀다. 이 때문에 소위 ‘묻지 마 투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계열사 늘리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ICT 업계는 시너지 창출을 위해 1위 업체들끼리 M&A를 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 수, 서비스 다양성 등에서 2, 3위 업체들과 확실한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지배력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두고 “유료 방송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도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통한 횡포를 우려한 발언이다.

ICT 업계의 인수합병은 ‘플랫폼’ 중심이라는 특징도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을 갖고 있고,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화되면, 그런 콘텐츠를 실어 나를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진다. ICT 업체가 플랫폼을 가진 곳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T 업계는 저성장 시대의 생존 해법으로 1위 사업자 간 빅딜을 선택하고 있다”며 “기업이 최적의 상대를 골라 딜을 하고 있다는 점과 ICT 업계의 특징을 감안하면 정부는 이 같은 방향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뛰지 않으면 도태… 물밑 탐색전 활발

ICT 업계에서 차후 빅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LG유플러스다. 당장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함으로써 이동통신시장뿐만 아니라 유료 방송, 초고속인터넷 등에서 뒤처져 3등이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씨앤엠, 현대HCN 등 케이블TV 사업자 M&A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신저 및 포털업을 하는 네이버(라인주식회사 포함)는 2014년 7월부터 14건의 M&A와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도 추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성장 모멘텀과 위기 탈출구로 M&A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M&A는 작년보다 더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카카오#멜론#cj헬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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