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늘씬한 몸매의 ‘차분한 도시男’… 널찍한 실내에 편안한 매력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석동빈 기자의 DRIVEN] 벤츠 GLC 220d
고객 의견 수렴한 GLK 후속 모델… 휠베이스 120mm 확장해 실내 쾌적
엔진 소음 줄어들고 승차감 뛰어나


과거 메르세데스벤츠는 소비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보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연구개발해서 내놓은 자동차는 소비자에게 최선이었다. 자동차업계의 입법기관이라고 할 정도로 표준을 세우는 힘이 있는 브랜드였던 벤츠. 다른 브랜드가 어떻게 변하든 소비자가 뭐라든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밀고 나가는 전제군주 같던 느낌의 벤츠도 이제는 많이 변했다.

벤츠의 준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C’가 이를 대변한다. 기존 ‘GLK’의 후속 모델인 GLC는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듬뿍 반영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넓고 고급스럽게 변했다. GLC 220d 프리미엄 모델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봤다.



독일병정에서 패션모델로 디자인 변신

개인적으로 과거 GLK의 ‘각 잡힌’ 느낌이 좋았다. 해병대 팔각모 같은 날카로운 존재감은 작은 GLK의 체구를 당당하게 만들었고 독일산 기계감성이 잘 드러냈다. 하지만 벤츠가 새롭게 도입한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인 ‘순수한 우아함’은 GLC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간 셈이다.

GLC는 부드럽고 매끈한 라인들이 이어져 현대적인 세련미를 보인다. GLK는 껑충하고 몽땅해보였다면, GLC는 낮게 깔리고 늘씬하면서도 잘록해 보이는 허리라인으로 섹시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감각도 오프로드보다는 도시에서 훨씬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 역시 부드럽고 미려하다. C클래스에서 비롯된 SUV인 만큼 실내 디자인도 그와 비슷하다. 가운데 3개의 원형 송풍구가 가지런히 배열돼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공조기 버튼과 수납함이 배치돼 있다. 기어조작 레버가 운전대 뒤로 옮겨져 실내 디자인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센터라인이 시원하고 공간 활용성도 높아졌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반려자 같은 성능

시동 버튼을 누르면서 흠칫 놀랐다. 기존 GLK와 같은 스펙의 엔진이어서 약간 거친 반응을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왔다. 가볍게 시동이 걸리고 잔잔한 여운만 남겼다. 4기통 가솔린 엔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소리가 줄어들었다.

소음과 진동이 큰 편이었던 과거 벤츠 4기통 디젤엔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혹시 흡음재와 방진재로 이를 해결했는지 알아보려고 엔진룸을 열어보니 엔진 자체의 소음과 진동이 줄었다.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엔진의 회전질감도 매끄러운 편이다.

엔진이 정숙해지긴 했지만 2.2L 170마력으로는 2t에 가까운 차체를 이끌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테스트 주행로에서 가속페달을 거칠게 밟아봤다. 가속이 느리지 않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계측지로 측정한 결과 8.4초가 나왔다. 시속 180km까지도 어렵지 않게 속도가 올라갔다. 그 사이 9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알아서 일을 처리해줬다.

서울 시내 주행에서는 L당 12km 안팎,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했을 때는 L당 17.5km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보였다. 효율이 높아진 변속기와 조용하고 매끄러운 2.2L 4기통 디젤엔진은 힘과 연비라는 반비례 관계의 중간 타협점을 잘 잡아냈다.

실키한 주행감의 매력

GLC는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무려 120mm나 길어졌고 폭도 50mm 늘었다. 사실상 차급이 한 단계 이상 높아졌다는 뜻이다. 휠베이스 확장은 많은 뜻을 내포한다. 승차감과 고속안정성이 높아지며 실내공간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작은 차에선 해결되지 않는 많은 부분이 개선된다. 무거워지고 핸들링 반응은 둔해지며 회전반경도 넓어지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

GLC를 타보면 몇 초 안에 바로 그 장점이 느껴진다. 뒷좌석은 중형 승용차 이상의 공간을 확보했고 좌우 넓이도 이젠 답답해보지 않는다. 실내 체적이 넓어지면서 전체적인 쾌적성이 높아졌다. 굳이 중형 SUV까지 필요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실내공간이 확보됐다.

주행을 해보면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타고 넘으면서도 전후좌우의 흔들림은 제법 억제돼 있는 편이어서 준중형급 SUV로는 뛰어난 승차감을 보인다. 이런 세팅은 시내 주행에서는 승차감이 좋지만 고속주행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GLC는 저속 중속 고속 모두 일관된 승차감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놀라웠다. 고속에선 부드러움 속에서도 흐느적거리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아 운전자에게 편안함과 신뢰성을 줬다. 독일 아우토반이라면 편안하게 시속 160km로 순항할 수 있을 듯하다.

핸들링은 한 박자 늦다. 부드러움에 대한 대가다. 예민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잘 따라와주는 스타일로 보면 된다. 운전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잘 설계된 서스펜션과 차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속방지턱을 약간만 빠르게 넘어도 차체에 큰 충격이 온다. 스프링과 쇼크업소버가 부드러운 데다 상하 움직임의 폭이 제한돼 있어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고 떨어질 때 끝까지 수축되면서 충격이 발생하는 것 같다. 높은 과속방지턱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넘어가야 한다.

GLC의 4륜구동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에 기본적으로 45:55의 구동력을 배분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4륜구동 특유의 뻑뻑한 느낌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와 함께 ‘다이내믹 셀렉트’는 에코에서 스포트플러스까지 다섯 가지의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편의·안전장비

GLC에는 웬만한 안전장비는 모두 들어 있다. 충돌을 사전에 감지해 피해를 줄이거나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시스템을 비롯해 사각지대 경고, 평행 주차는 물론 직각 자동 주차 기능, 발광다이오드(LED) 전조등, 전동 트렁크,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이 마련돼 있다. 부메스터 오디오시스템도 괜찮은 음질을 제공한다.

쾌적성, 승차감, 엔진 소음진동, 실내공간, 적재량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상품성에서 GLC는 동급 최고다. 하지만 가격도 동급 최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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