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두 달 전 비슷한 시기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바로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링컨 ‘올 뉴 링컨 MKX’. 두 모델을 연이어 시승해볼 기회를 가졌다. 이보크는 소형, MKX는 중형 차급이지만 둘 다 ‘도심형 SUV’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이다.
두 차의 외관을 요약하자면 이보크는 예쁘면서도 세련됨, MKX는 중후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보크는 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그릴. 특히 MKX는 링컨 특유의 날개 모양 그릴을 채용했다. 그간 세로 방향이었던 선들을 가로 방향으로 바꾸면서 차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여전히 링컨이라는 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지만 과거 모델에 비해서는 다소 존재감이 약해진 느낌이다. 그만큼 더 무난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후면부를 관통하는 일자형 램프도 링컨의 디자인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보크도 그릴 무늬 패턴이 바뀌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과거 그릴은 오프로드용 차량의 유전자(DNA)를 약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완벽한 도시형 차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랄까.
내부는 둘 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차급이 MKX가 한 단계 위인만큼 공간적으로는 더 넓다. 하지만 그만큼 공간이 비어 보여 다소 허전한 반면 이보크는 잘 짜인 버튼과 계기판 배치를 보여준다. 기어노브는 이보크는 조그셔틀 방식, MKX는 버튼식이다.
사실 두 가지 모두 기자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링컨 ‘올 뉴 링컨 MKX’ 만약 두 차 중 오프로드에 더 적합한 차를 꼽으라면 이보크를 꼽겠다. MKX에 비해 오르막길을 오르는 느낌이 더 가벼우면서도 더 힘찬 느낌이다. 실제로 이보크는 차의 경량화에 많은 공을 들인 모델이다. 반면 MKX는 더 안정된 승차감을 준다. 물론 차 크기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해 링컨에서는 여전히 미국 세단의 전통이 남아 있는 기분이다. 무거운 차체를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끌고 가면서 느끼게 하는 안정감이 있다. 또 링컨이 불필요한 힘은 자제하며 정제된 느낌의 주행감을 만들어내는 반면 이보크는 골목길에서도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고속주행 구간에서는 쭉쭉 치고 나가지 못해 아쉬웠다. 기자가 탄 이보크 ‘TD4 HSE’ 모델은 2L 디젤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3.9kg·m의 힘을, MKX는 2.7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53.0kg·m의 힘을 각각 낸다. 이보크는 엔진의 힘이, MKX는 차체 무게가 발목을 잡는 듯했다. 물론 두 차 모두 고속주행을 우선순위에 놓는 차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터. 반면 둘 모두 진동과 소음에 대해서는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었다.
안전 및 편의사항 등에 대해서는 두 차 모두 웬만한 최신 사양을 겸비하고 있어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다. 특히 두 차 모두 360도 카메라와 주차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들 사양이 확실히 대중화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보크는 11개 스피커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MKX는 19개 스피커의 레벨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실제 차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비와 가격은 어떨까. 이보크의 복합연비는 디젤 L당 13.8km(가솔린 모델은 9.9km)에 가격은 6600만∼9000만 원, MKX는 가솔린 7.6km에 6420만 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