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동빈 회장 “日롯데, 과거 성공 집착 벗어나라”…日서도 첫 신년사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변화에 기민한 대처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명의로 일본 롯데 사보에 발표된 신년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명의로 일본 롯데 사보에 발표된 신년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일본 롯데의 개혁을 예고했다. 신 회장이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을 총괄하게 된 만큼 성장 정체에 빠진 일본도 한국처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일본 롯데 신년사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일본 롯데가 고객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에도 고립에 빠져 있었다”며 “과거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방식에만 집착하다가 세상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는 2014년까지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2014년 한국 롯데그룹이 8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제과 중심의 일본 롯데 매출액은 3조 원에 그쳤다. 신 회장은 이 신년사에서 일본 임직원들의 ‘변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는 “이제부터 세상의 변화에 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해 달라”며 “시대를 앞서 전망하고 변화에 미리 대응해야 고객의 협력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롯데의 협력 강화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세계적으로도 존재감이 큰 글로벌 기업”이라며 “하지만 일본 롯데는 이런 커다란 기업 기반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부재 상황에 대해서는 특히 “대단히 아까운 일”이라고도 표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롯데와 제대로 협력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한 표현”이라며 “신 회장은 최근 한일 롯데의 협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과거에 했던 것처럼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일본에 머무르는 ‘한일 셔틀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강조하고 있는 여성 인재 중용 정책은 일본에서도 그대로 추진된다. 신 회장은 “과자가 핵심 상품인 일본 롯데는 여성의 감성과 가치관을 활용해야 한다”며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롯데 신년사는 최근 발간된 일본 롯데 사보에 신 회장의 일본식 이름(통명·通名)인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 명의로 실렸다. 일본 롯데는 1948년 창립 이후 줄곧 신 총괄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신 회장 명의의 신년사가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신 회장은 올해 한국 롯데 신년사도 처음 발표한 바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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