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이 최근 국내외에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비전을 직접 발표하고 10박 11일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현대차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 부회장은 11일(현지 시간) 개막한 ‘2016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부회장에 오른 뒤 2011년 브랜드 전략 ‘new thinking, new possibility(새로운 사고가 새 기회를 만든다)’와 지난해 신차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올해 제네시스의 발표를 맡았다. 모터쇼를 앞두고는 하와이 딜러 초청행사에 참여했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를 참관했다. 이후엔 인도 첸나이 공장을 점검한 뒤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하고 딜러들을 만나 판매를 독려하는 등 강행군을 소화했다.
정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를 직접 맡았다. 신차 발표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마이크를 잡은 것은 처음이다. 제네시스 ‘EQ900’ 공개 행사 때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외빈을 맞았다.
내부 친정체제도 강화했다. 올해 현대차 임원인사에서 7, 8년 간 정 부회장 비서로 일하던 총무팀 소속 한 임원이 전무로 승진해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실은 현대차의 전략을 짜는 핵심 부서다. 이 밖에 장원신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조원홍 마케팅사업부장(부사장) 등이 정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반적인 인사는 정몽구 회장이 관장하지만 현대차 인사에는 정 부회장이 많은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지분을 늘리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1조427억 원의 현금을 바탕으로 9월과 11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매각한 현대차 주식을 매입했다. 0.01%가 채 되지 않던 정 부회장의 지분은 2.28%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없다. 이 때문에 승계 작업을 위해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의 ‘800만 대 시대’를 구축했다면 정 부회장은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년에 발표하는 고성능 브랜드 ‘N’의 기획 아이디어부터 개발인력 구성까지 정 부회장이 깊이 관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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