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한방보험에 병 있어도 OK… 자율화 앞두고 이색상품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올 4월부터 시행될 보험 상품 규제 자율화를 앞두고 연초부터 보험업계에 이색 상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보험 상품의 설계와 가격 결정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폐지하고 사후 규제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10일 업계 최초로 한방 치료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양·한방 건강보험’을 내놨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침 치료와 탕약 등 한방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파혼됐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웨딩보험’도 출시됐다. 롯데손해보험이 내놓은 이 상품은 결혼 당사자의 사망, 결혼식장의 파손 등의 이유로 결혼이 취소될 수밖에 없을 때 최대 500만 원을 보장한다.

지난해에 이어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한 보험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국민건강보험 혜택만 받을 수 있을 뿐 민간 보험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10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병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험을 처음으로 내놓은 데 이어 이달 5일 KB손해보험이 ‘KB 신간편가입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삼성화재도 18일 50∼75세 가운데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을 겨냥한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보험업계는 4월에 사전 신고제가 폐지되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재 3∼6개월인 ‘배타적 사용권’ 기간의 연장을 보험업계가 검토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배타적 사용권은 새로운 보험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로 이 기간이 늘어나면 신상품 개발이 제한될 소지가 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연장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어 충분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보험 상품의 기준이자율)이 오른 것 역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이율이 오르면 가입자가 가져갈 수 있는 보험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1월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3.05%로 지난해 12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한화생명의 공시이율도 지난해 12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 자율화에 따라 고객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예상하고 각 업체가 보험금 인상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보험#보험 상품 규제 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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