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가맹점 10만곳 수수료 인상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압박에 물러서… 15∼20만곳은 예정대로 올리기로

카드사들이 연 매출 3억 원이 넘는 일부 카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포기했다.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카드사들이 결국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 매출 3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철회 대상은 소액 결제 비중이 높아져 카드사들의 관리 비용이 상승한 가맹점 약 10만 곳이다. 매출이 늘어나 3억 원을 넘어선 가맹점들에 대해선 통보한 대로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연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0.7%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도 평균 0.3%포인트 내려가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으로 연간 67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자 카드사들은 이달 말부터 일부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할 계획이었다. 수수료 인상 대상 가맹점은 전체의 10%가 넘는 25만∼30만 곳.

하지만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가맹점 업주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15일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관련 단체들의 불만 및 애로사항을 취합해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카드론 금리도 적정한지 살펴봐야 한다”며 카드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야당에서도 △2.3%로 최고 수수료율 인하 △수수료율 우대 대상 가맹점을 ‘매출 5억 원 이하’로 확대 △카드 수수료 규제에 대한 시장 감독 강화 등을 요구하며 압박 대열에 가세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따라 수수료 인상에 나섰던 것이지만 정치권에서 직접 압박을 해 오면 카드사 입장에선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2007년 처음 제기된 이후 10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맹점들의 카드 수납은 의무화하고 수수료율 결정은 카드사에 맡긴 정부의 이중적 정책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실패 때문에 처음에 정부가 개입했지만 지금 상태라면 카드 수수료 문제가 매번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으로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부 개입을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장윤정 기자
#카드#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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