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살얼음판 증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증시 급락 충격과 저유가 한파가 세계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시중 자금은 몸을 사리며 더 안전한 곳을 찾고 있다. 최근 ‘짧게 투자하고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노리는 상품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 “리스크 피하자”…주목받는 단기 상품
주식투자자들이 증시가 안 좋을 때 자금을 넣어두는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된 자금은 18일 현재 107조9629억 원으로 지난해 말(94조727억 원)보다 13% 가까이 늘었다. MMF는 하루만 예치해도 펀드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수시 입출금도 가능해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 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51조60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환매조건부채권(RP)형 상품이 31조5569억 원이었다.
단기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기업어음 투자상품이다. 전단채는 종이와 같은 실물이 아닌 전자적으로 발행되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채권. 채권시장에서는 만기가 3개월인 전단채가 주로 발행되고 거래된다.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적고 담보가 확보돼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을 단기로 굴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KTB전단 채증권투자신탁상품은 기대 수익률 2%를 추구하는 단기 상품이다. KDB대우증권 제공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 상품은 전단채의 장점을 이용한 금융상품이다. 현재 기대수익률은 2%인데, 만기가 짧은 전단채의 특성상 시중금리가 오르면 펀드 기대수익률도 같이 올라간다. 환매수수료가 없어 최소 투자 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환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5% 정도여서 여유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상품이다.
○ 단기채는 신용과 투자등급 살펴야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을 대비한 상품도 나오고 있다. 증시의 급락 가능성을 대비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운데 하방 손실 진입구간을 크게 낮춘 상품이 대표적이다. KDB대우증권 공모 ELS의 경우 하방 손실 진입구간을 30∼40%대로 설정해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에 대비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금융상품도 자금 보유 상황과 투자상품의 특징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 주가와 연계돼 수익을 보는 상품은 원금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하방 손실 진입구간을 낮춘다고 해도 주가 하락의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주가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출렁이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단기 상품에 투자할 때는 자금이 필요한 시기를 고려해 투자 기간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리가 낮고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비과세 상품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단기채나 기업어음을 투자할 경우 발행 회사의 신용과 투자등급 등을 살펴보고 투자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장성호 KB투자증권 압구정PB점 차장은 “최근 단기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사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개별 전단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단채 특성을 파악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