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이 글로벌기업 척도… 포스코-SKT, 8년연속 세계인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월드 국내기업 21개 편입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에쓰오일(왼쪽)과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에 다년간 편입되고 있다. 각 사 제공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에쓰오일(왼쪽)과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에 다년간 편입되고 있다. 각 사 제공
과거 경제적 주체로만 여겨지던 기업에 대한 시선이 크게 변하고 있다. 사회적 혁신과 공유가치 창출, 윤리경영 및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사회·환경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은 2030년까지 추진할 사회·환경적 목표를 담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공식 채택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2020년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방향을 담은 합의도 이뤄졌다. 개별 기업의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가 더욱 주목받는 배경이다.


○ DJSI 편입 국내 기업 수 최근 3년간 정체


DJSI는 1999년 만들어진 뒤 지난해 9월 16번째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DJSI는 세계 최대 금융정보사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와 지속가능경영 평가사인 스위스 로베코샘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DJSI월드’는 현재 전 세계 2500개(시가총액 기준) 안팎의 기업을 평가해 상위 10% 남짓을 편입시킨다. 아시아퍼시픽 지역 600대 기업을 평가해 상위 20%를 편입시키는 ‘DJSI아시아퍼시픽’과 국내 200대 기업 중 상위 30%가 편입되는 ‘DJSI코리아’도 있다. 특히 DJSI코리아는 2008년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DJSI 지수로 한국생산성본부가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DJSI월드에는 전 세계 2495개 평가대상 기업 중 317개(12.7%)가 편입됐다. 국내에서는 LG전자, SK텔레콤 등 21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DJSI아시아퍼시픽에 편입된 145개의 기업(평가 대상 608개 중 23.8%) 중에는 BNK금융지주, 현대글로비스 등 41개 국내 기업이 포함됐다. DJSI코리아는 이번에 52개 기업(평가 대상 202개 중 25.7%)을 편입시켰다. 이 세 지수 중 한 곳 이상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57개였다.

그러나 DJSI에 편입되는 국내 기업 수는 최근 3년간 정체되고 있다. DJSI월드의 경우 2013년부터 3년 연속 21개사였다. DJSI아시아퍼시픽 편입 기업도 2013년 40개, 2014년과 2015년 각 41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에는 글로벌 수준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목표가 아니라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 지속가능성 증명한 장기 편입 기업들

포스코와 SK텔레콤은 DJSI월드에 8년 연속으로 편입됐다. 삼성전기 삼성전자 롯데쇼핑은 7년 연속, 삼성증권 아모레퍼시픽 에쓰오일 SK하이닉스 KT 현대건설은 6년 연속으로 이 지수에 포함됐다. 현대모비스는 5년 연속, KDB대우증권 삼성생명보험 SK㈜ LG전자는 4년 연속, 강원랜드 동부화재 신한금융지주회사는 3년 연속, 삼성화재는 2년 연속 DJSI 편입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대대적인 투자로 위기를 오히려 성장 기회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복합단지(ODC) 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설비가 성공적으로 완공되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값싼 기름을 재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에쓰오일은 또 기술 이전을 통해 글로벌 빈곤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2011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앙코르코리아사업단’을 발족시키면서 개발도상국에 은퇴 과학자를 파견해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에쓰오일 과학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정부와 함께 기술자문단을 구성해 에티오피아에 시멘트 기술도 이전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파병한 아프리카 국가다.

금융기업 중에서는 동부화재와 신한금융그룹이 눈에 띈다.

동부화재는 2009년 업계 최초 DJSI코리아 편입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DJSI아시아퍼시픽에 포함됐다. 2013∼2015년에는 3년 연속 DJSI월드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경영 보험사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동부화재는 2014년 1년 365일 항상 고객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의 ‘행복약속 365’라는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수립했다.

신한은행은 2014년과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연속으로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또 2014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말로 알려주는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입하여 무상으로 교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청각장애 고객들의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음성 자동응답시스템(ARS)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신한생명이 2014년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공인인증서와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소액보험금 상환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상무는 “DJSI월드에 장기 편입된다는 것은 경제, 환경, 사회적 측면에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기적으로 기부금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장기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기업의 진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전자부품-장비-운수 ‘우수’ 개인용품-석유-가스 ‘저조’ ▼

업종-부문별 성적표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 평가에서 업종별, 부문별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선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자부품 및 장비와 운수 산업에서는 성과 개선이 두드러진 반면에 개인용품과 석유 및 가스 산업은 상대적으로 정체를 보였다. 전자부품 및 장비 산업은 전년 대비 평가점수가 평균 23.5% 향상됐다. 운수 산업도 점수가 18.2% 올랐다. 하지만 석유 및 가스 산업과 개인용품 산업의 평가점수는 각각 전년 대비 6.8%와 6.0% 떨어져 지속 가능성이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또 인적자본관리 부문에서는 전체적으로 나은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와 윤리경영 부문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DJSI는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이사회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의 독립성, 효율성, 다양성 등을 본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 보수를 결정하는 절차에서도 투명성을 요구한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특히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내부 임직원 교육, 훈련, 복지, 경력개발 등을 위한 투자와 투자 대비 성과(ROI) 관리 등 인적자본관리 부문에서 전년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DJSI 평가 결과를 보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 수준이 많이 개선됐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는 의미이지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단기적으로 기부금을 늘리는 등 과거에 비해 사회적 책임 활동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경영원칙과 관련된 근본적인 부문들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얘기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다우존스#djsi#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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