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조 빚더미 공기업에 ‘혁신 채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공기업 평가 상대평가로 전환
“방만경영 개선위한 평가지수 필요”… 부채 감축-수익 개선 경쟁 유도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 속도 낼듯

정부가 ‘공기업 신(新)평가지수’를 만들기로 한 것은 공기업들이 각기 성격이 다른데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공기업은 공공기관으로서의 공익성 못지않게 기업으로의 수익성도 중요하다. 반면 국민연금공단 등 정부 업무를 위탁 집행하는 성격이 강한 준정부기관은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이 강조된다. 또 이번 조치는 정부가 부채투성이인 공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 걸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새로운 평가지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로운 평가지수가 도입되면 경영 효율화를 위한 노력이 촉발되면서 공기업의 부채 감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30개 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373조6000억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72%를 차지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부채 규모 상위 7개 공기업의 부채가 30개 공기업 부채의 대부분(95%)이다.

하지만 이들 7개 공기업 중 5곳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최상급(S등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등급을, 한국전력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세 번째인 B등급을 받아냈다. 경영실적 이외에 다른 요소(신규채용 목표 달성, 대국민 서비스 등)들이 평가에 반영된 결과다.

새로운 평가지수는 개별 공기업들이 부채 감축이나 영업 실적 개선에 적극 나서도록 공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같은 등급 안에서는 경영평가에 대한 성과급 지급에 차등이 없었다. 공기업들은 현재 등급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굳이 더 이상 부채를 감축하거나 영업이익을 늘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기업의 경영평가 순위가 가려지고, 성과급 지급과 공공기관장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정부는 또 상대평가를 통해 평가 결과가 중간에 몰리는 절대평가의 문제점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은 평가를 맡은 교수나 연구원들이 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중간점수를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2014년 공기업의 경영평가 결과에서 최상급(S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최하위 등급(E등급)도 3곳에 불과했다. 반면 중간에 해당하는 B등급(6개)과 C등급(10개)은 절반(53.3%)을 넘었다.

정부는 새로운 공기업 평가지수 도입을 계기로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다가 경영 상황이 악화된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3사의 구조조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해외자원 개발 추진체계 개편 용역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부채가 심각한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지 의견을 듣고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공기업#경영평가#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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