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 서민보다는 정부와 금융기관을 위하여 조변석개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여 년 전, 소득공제를 위해 ‘개인연금저축’을 가입하라는 권유에 못 이겨, 많은 사람들이 통장을 하나 더 만든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는 갑자기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하여 납입금 전액 소득공제, 수령 시 과세하는 ‘연금저축’으로 대체됐다. 이제는 통장도 없다. 보험회사에서 취급한다지만, 보험 아닌 보험인 듯 저축 같은 형태로 납입되고 나중에 연금식으로 지급된다는 희한한 상품이다.
‘연간 400만 원 한도 내에서 납입액의 100%까지 소득공제가 적용된다’는 문구가 은행 현수막에 걸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또 세법이 바뀌어, 연간 400만 원씩 연금저축을 납부했을 경우, 과거엔 소득공제로 66만 원의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세액공제로 변환되면서 48만 원밖에 못 받게 됐다.
게다가 더 큰 함정이 도사린다. 당초 은행들은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 정도 높게 이자를 지급한다며 모객 행위를 했지만, 사업비로 월납입금액의 10∼15%를 꼬박꼬박 보험사가 가로채 갈 것이라는 사실은 한마디도 말해주지 않았다. 금융감독기관이 보험회사와 은행의 농간을 감독하지 못한 것인지, 알고도 같은 편이 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한심한 일은 연금저축은 만기 이후에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세액공제 13.2%를 받겠다고 보험회사에 돈을 떼이고도 나중에 국가에 또 세금으로 5.5%를 도로 토해 놓아야 한다면, 이것이 무슨 연금이고 저축이란 말인가.
소비자가 사업비 관련 문제 제기를 할라치면, 보험회사는 변명만 늘어놓기 일쑤다. 계속 항의하면 ‘불완전판매’로 해지시켜 원금만 주겠다고 한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조정신청을 해야 하고, 또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의 16.5%를 기타소득세로 내야 한다. 종합소득합산 과세로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소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계륵이 되어버린 연금저축은 서민의 골칫거리가 됐다. 세법 개정 이후 유지할 것인가, 해지할 것인가. 답이 없다. 신규 금융상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가입 당시의 소득공제 취지를 정부가 유지시켜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업비를 얼마나 쓰는지를 알리지 않고 가입자를 우롱하고 있는 보험회사도 금융 당국은 철저히 조사하여 진상을 밝혀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