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두마이 파트라SK 공장에서 임직원들이 공장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규 기술지원팀장, 연수일 생산관리지원팀장, 알리 무다시르 생산팀장, 박병용 공장장(상무). 두마이=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2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동부 항구도시 두마이.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 작업복을 입은 500여 명이 진땀을 흘리며 기계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파트라SK’ 윤활기유 공장이다. 문정규 파트라SK 기술지원팀장은 “SK루브리컨츠 울산공장 소속 직원 6명이 한 달간 이곳에 출장 와서 공장 정기보수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라SK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이자 윤활유 전문기업인 SK루브리컨츠와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가 65 대 35 비율로 총 2억1500만 달러(약 2575억 원)를 투자해 2008년 설립한 합작회사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이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협력해 경쟁력을 키우는 ‘글로벌 파트너링’의 첫 사례다.
○ 고급 윤활기유 대량 생산 위해 해외로
윤활기유는 윤활유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원료. 원유를 정제해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미전환 잔사유(殘渣油)’를 활용해 만든다. 원유를 시발점으로 한 잔사유가 원료인 만큼 고품질 윤활기유를 생산하려면 원유 품질도 우수해야 한다.
윤활기유는 점도나 용처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뉜다. SK루브리컨츠는 그중에서도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울산에서 고급 윤활기유를 생산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해외 공장 건설에 눈을 돌려 ‘미나스 원유’가 나는 두마이를 선택했다.
페르타미나는 두마이에 부지 면적이 308만1000m²(약 93만2000평)인 정유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지엔 윤활기유 공장을 지을 유휴 공간도 있었다. 이곳에 합작공장을 지으면 굳이 운송비를 들여가며 잔사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었다. 세계 곳곳에 제품을 수출하기에 지리적인 여건도 좋았다.
SK루브리컨츠(당시 SK에너지)는 2004년 두마이에 윤활기유 공장을 짓기 위해 페르타미나와 접촉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쉽지 않았다. 수차례 제안을 거듭해도 진척이 없었다. 이때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면서 길이 열렸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관이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면담 기회가 마련되면서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 윈-윈 파트너십으로 15개국에 수출
2006년 1월, SK루브리컨츠와 페르타미나는 ‘파트라SK’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그해 4월 한국에서 최종 협약식을 가졌다.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은 2008년 7월 준공됐다.
박병용 파트라SK 두마이 공장장(상무)은 “페르타미나는 원료(잔사유)와 지역 인프라, SK는 기술과 마케팅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무다시르 파트라SK 생산팀장도 “합작을 통해 SK의 업무 시스템과 문화를 알 수 있게 되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파트라SK는 인도네시아 내 최초 고급 윤활기유 공장이자 국내 정유사가 동남아시아에 최초로 세운 윤활기유 생산설비이다. 페르타미나 부지에 공장이 건립되면서 지역사회에도 활기가 돌았다. 고용이 창출되고 세수가 증대돼 현지 정부도 도움을 줬다. 파트라SK가 고급 윤활기유를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제품에 일부 관세 혜택을 주는 식이다.
현재 파트라SK에선 SK루브리컨츠 임직원 4명을 포함해 총 115명이 일하고 있다. 연수일 파트라SK 생산관리지원팀장은 “회사 작업복을 입고 외출하면 현지인들이 다들 파트라SK를 알아보고 좋게 생각할 정도로 이미지도 좋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두마이 공장에서는 윤활기유를 하루에 9000배럴씩 생산해 1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두마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렙솔과 합작해 2014년 스페인 카르타헤나에도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SK루브리컨츠는 울산과 두마이, 카르타헤나 공장에서 매일 7만8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엑손모빌, 셸에 이어 세계 3위다. ‘그룹Ⅲ 윤활기유’ 생산은 세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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