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말 中불안에 코스닥行 줄취소… “경기 더 나빠지기전에” 다시 추진
공모 주식수-희망가격 낮춰… “투자자 기대수익률 낮춰 잡아야”
전자부품 제조사 아이엠텍은 지난해 12월 초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했다가 돌연 미뤘다. 수요예측 결과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기회를 엿보던 아이엠텍은 이달 초 다시 코스닥 입성에 도전했다. 26, 27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고 다음 달 3일 상장할 계획이다.
연초부터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연초부터 다시 상장에 나서면서 얼어붙었던 공모주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공모주 시장의 양극화가 예상돼 섣부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투자 조언도 나온다. ○ 눈높이 낮춰 ‘상장 재수’ 나선 기업들
22일 일반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크리스탈신소재)는 첨단 신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상장을 추진했을 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상장을 미뤄야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크리스탈신소재의 이번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180 대 1이었다. 청약증거금만 5009억 원이 모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눈높이를 낮춘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지난번 1300만 주였던 공모 주식 수를 930만 주로 줄였다. 공모 희망가도 낮췄다. 다른 기업들도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 희망가를 낮춰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공모주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반기(1∼6월) 증시 활황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 수가 늘었고 기업 가치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중국발(發) 쇼크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기업들의 상장 연기가 줄줄이 잇따랐다.
예정된 사업계획에 따라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의 마음이 급해졌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빨리 상장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연말에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상장 일정이 꼬인 기업이 많다”며 “보통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공모주 물량이 적어 청약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경쟁이 덜 치열할 때가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내에 상장을 마쳐야 하는 것도 기업들이 서두르는 이유다. ○ 공모주도 부익부 빈익빈, “옥석 골라내야”
하지만 올해 공모주 시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IPO에 나서는 기업이 많을 것이란 점은 이견이 없지만 지난해처럼 시장이 활황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올해는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서 공모주 투자 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주완 KDB대우증권 IPO부장은 “지수가 부진해서 오히려 신규로 공급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음 증시에 입성한 종목은 1, 2년간 지수와 다른 방향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와 같은 대어(大魚)급이 아니면 공모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공모주 흥행에는 안정성보다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펀더멘털과 성장성을 담보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은 과열 양상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찬밥 신세가 될 수 있어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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