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 비디오팩토리 공동대표(28)는 2012년 다니던 교회를 통해 몽골과 라오스 등 개발도상국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이곳 아이들의 역량을 길러주려면 교육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현지에 가서 교육을 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어떨까?’ IT를 활용하면 언제든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IT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김 대표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황민영 비디오팩토리 공동대표(26)와 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두 사람 모두 봉사와 교육, IT와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비슷했다. 둘은 자주 어울리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IT로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김 대표와 황 대표는 각종 행사에 쓰일 동영상을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동영상 제작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익히는 것도, 영상을 만드는 과정도 복잡했다. 처음엔 3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사흘이 걸렸다.
‘사진과 텍스트를 이용해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영상을 만들 순 없을까?’
두 사람은 사용하기 쉬운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해 창업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내친김에 2012년 10월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 ‘MJV(Most Joyful Venture·가장 즐거운 벤처가들의 모임)’라는 이름을 붙였다. 9∼13m²(약 3∼4평) 규모의 단칸방을 얻어 함께 살면서 인터넷과 관련 책을 참고하며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취직해서 돈 벌고, 결혼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난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김 대표는 몽골과 라오스 등에서 만난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는 “우리 아이템이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말했다.
“사람들은 기존에 쓰던 서비스의 가격이 저렴해지거나 시간이 단축되면 좋아하죠. 동영상을 만드는 사람에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반드시 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간편하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3년 KAIST와 한밭대 등에서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상도 받았다. 이듬해 5월엔 ‘비디오팩토리’(동영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의미)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그해 10월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1기 드림벤처스타 기업에 선정돼 센터 내에 사무실도 얻었다.
센터에서 SK의 도움으로 창업 교육과 상담을 받고 시야를 해외로 넓히기 시작했다. 비디오팩토리는 지난해 5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지원센터(KIC)의 실리콘밸리 진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미국에 가서 벤처캐피털 및 투자업계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돌아왔다. 그해 9월 투자사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4억5000만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회사가 쑥쑥 크면서 전체 임직원도 대표 둘을 포함해 총 8명으로 늘었다. 임직원들은 최근 휴대전화를 세로로 세워서 촬영한 동영상을 담을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인 ‘세로(SERO)’라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테스트를 거쳐 4, 5월경 정식으로 앱스토어를 통해 세계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회원 수와 매출액을 늘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기업 가치를 200억∼300억 원 정도로 만들고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가 창업에서 중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지식이 없으면 공부하면서 해결하면 되고, 아이템은 외주를 줘도 된다. 잘될 때든 넘어질 때든 같은 비전을 갖고 함께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일단 도전해볼 것도 강조했다. 진로나 적성에 확신이 없더라도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고 부딪쳐 보라는 것이다.
“고민만 하면 답이 안 나와요. 무서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하고, 뭐든지 해봐야 합니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걸 해보면 됩니다. 안 되는 이유만 생각하면 평생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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