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전문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있다. 기업 경영진에 적정한 급여를 산정하는 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경영진이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받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보수전문 컨설턴트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불만을 토로해 왔다. 보수 컨설턴트는 CEO의 적정한 급여를 계산하기 위해 보너스나 주식, 특전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진 급여 체계를 결정하며 대개 업계 경쟁자들을 벤치마킹한다. 어떤 사람들은 보수 컨설턴트들이 CEO의 급여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CEO가 컨설턴트 서비스를 구입할 만한 동기를 제공해야 하고, 더 돈벌이가 되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팔려면 경영진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로 인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2006년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기업이 CEO의 보수를 결정할 때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는지 밝히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컨설턴트들이 CEO에게 급여를 더 주도록 만드는 걸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BR Korea)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 결과를 1, 2월호에 게재했다. 연구자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컨설턴트를 고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급여 명세를 비교해 봤다. 연구 결과 2006∼2011년 컨설턴트를 이용한 기업들이 18∼51%에 이르는 상여금을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금액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다. 이들 회사는 주식도 현저하게 더 많이 제공했다.
하지만 이 상관관계가 반드시 컨설턴트들이 CEO 급여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연구 기간 동안 컨설턴트를 활용하기 시작한 기업들과 그런 행위를 중단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급여 지급 관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검토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컨설턴트가 관여했을 때나 그렇지 않았을 때나 급여 수준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관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에 따르면 컨설턴트를 고용한 회사의 경영진이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컨설턴트가 급여를 높이는 게 아니라 급여를 많이 주는 회사가 컨설턴트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즉, 컨설턴트 활용 여부가 CEO의 임금을 높인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인과관계 추론은 엉뚱한 정책을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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