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카드 더 꺼내기 힘들어… ‘저성장 고착화’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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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성장’ 2016년도 먹구름]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 2.6%로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올해 한국 경제를 3%대 성장률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수출을 회복하고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발 금융 시장 충격과 저유가 장기화로 1월부터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성장률 3% 재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한계를 보인 만큼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새해부터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에는 민간 소비 회복세가 살아나는 가운데 수출이 다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1%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성장률이 또다시 2%대로 추락해 한국 경제의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새해 초 대내외 경제 악재에 따른 수출 부진이 심상치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현 추세대로라면 1월 수출 실적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된 데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러시아 등 자원부국들의 수요가 저유가로 크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내수 진작을 위해 꺼내 들었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카드는 올해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잉 공급 여파 최소화와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과잉 공급에 직면한 철강, 석유화학, 해운 등 기간산업들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난해보다 9.4% 줄어들면서 관련 분야의 주름살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대내외 불안 요소들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개발한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불확실성 지수는 37.5로 2013년 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였다. 불확실성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1.6으로 가장 높았다. 정부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대표 선수’가 실종된 모습”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 정부 “수출-내수 쌍끌이 전략”

정부는 수출과 내수 소비를 올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로 보고 두 분야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FTA 활용 경험이 없는 2만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FTA 교육 및 컨설팅을 해 주고 화장품, 식료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의류를 올해의 5대 유망 수출품목으로 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수출금융 규모도 271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20조 원 늘렸다.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도 시급히 추진해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다만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이미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수없이 말한 내용”이라면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쓰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경기 부양 카드를 아끼는 모습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1분기(1∼3월) 총력 재정 조기 집행을 장관들이 직접 챙겨 달라”고 독려하면서도 별도의 재정 확대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지난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쓴 여파로 가용 재원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쇼크로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어 통화당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내수 모두 정부의 의지대로 살아나는 게 만만치 않은 여건”이라며 “대내외 변수가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정임수 기자
#경제#경기#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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