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2016년 경영 계획 한마디
불경기에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 등 리스크 겹쳐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와 혁신노력, 금융CEO 화두로
올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어느 때보다 예측이 힘든 ‘시계 제로’의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국제유가 급락 등 악재들이 몰아치고 있고 안으로는 기업 구조조정, 가계·기업 부채 증가 같은 리스크들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과 핀테크 확산으로 금융권 밖에서 몰려드는 새로운 경쟁자들과도 맞서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리스크 관리’와 ‘변화와 혁신’을 주된 경영 화두로 꼽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금융회사들은 2016년에도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NH농협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IBK기업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신년사 및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올해 경영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높은 위기의식…‘리스크 관리’에 역점
새해 금융권 수장들의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CEO들은 대외 충격을 비롯해 올해 본격화할 기업 구조조정, 가계·기업 부채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시대에 수비 능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고 자산의 질을 높여 ‘부실의 쓰나미’에 대비하는 방파제를 쌓겠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저성장 및 외부 충격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리스크를 감안한 새로운 성과관리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경제환경은 ‘한때 추운 겨울’이 아니라 ‘빙하기’의 시작이라고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목표 이상의 영업수익을 올려 기존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쌓은 만큼 올해부터는 새로운 부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자산을 성장시킬 수 있는 ‘클린 뱅크’를 실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이 행장은 “뒷문 잘 잠그기를 생활화해 연체율, 부실채권(NPL) 등 건전성 지표에서 다른 은행을 앞서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은행의 실력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으로 나타나고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으로 증명된다”며 “건전성 노하우를 시스템에 담아 ‘조기경보 시스템’과 ‘워치 리스트’를 업그레이드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조기 구조조정으로 연계해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과 변화’만이 살길… 핀테크 강화 및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난해 모바일 뱅크, 비대면 거래 등을 선보이며 핀테크 기반을 닦았던 금융회사들은 올해 핀테크 혁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보기술(IT)·유통업체 중심의 ‘페이(결제서비스) 전쟁’을 비롯해 하반기 시작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스마트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비대면 채널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며 “고객의 다양한 금융니즈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은행, 증권을 연계한 복합점포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도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를 혁신하고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통해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행장은 “금융혁신의 핵심은 비대면 채널 강화”라며 “앞으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를 전체 영업점의 40% 수준까지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모바일 뱅크인 ‘아이원뱅크’를 선보이며 비대면 채널 기반을 갖췄다. 이 행장도 “지난해 선보인 모바일 뱅크인 ‘위비뱅크’를 업그레이드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으로 머니 무브(자금이동)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농협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 현장과 고객 중심 경영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CEO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청사진도 잇달아 내놓았다. 김용환 회장은 “농협금융은 금융과 유통을 아우르는 ‘범농협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신한은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금융그룹”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현재 200개인 해외 점포를 올해 말까지 300개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순이자마진(NIM)이 여전히 3∼4% 정도 확보되는 동남아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의 합병을 마치고 첫 새해를 맞은 김정태 회장은 화학적 통합과 고객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는 오늘의 하나금융을 있게 한 정신”이라며 “그룹이 진용을 갖추고 새 출발을 하는 지금 우리에게 이 초심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올해 반드시 성공적인 민영화를 완수하고 이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이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성장성, 건전성, 수익성 모든 면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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