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ELS 어떡하나
77조원에 이르는 발행액 ‘중위험 중수익’ 대표 ELS 약 60%가 H지수 기본 운용
H지수 불확실성 깊어지면서 원금손실 가능성까지 대두 투자자들 대책 마련에 부실
추가하락 가능성 크지만 섣불리 환매하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서 반등 기다려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하락세를 보이자 주가연계증권(ELS) 등 H지수 관련 상품에 가입한 국내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주자로 뭉칫돈을 빨아들였던 ELS의 일부 상품이 연이은 지수 하락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ELS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환매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한다.
H지수 ‘반토막’에 ELS 손실 공포
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LS 발행액 규모는 약 77조 원. 이 가운데 약 60%인 46조3400억 원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발행됐으며, 37조 원의 ELS는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H지수가 8,000 선 밑으로 내려가면 2조 원 상당의 ELS 상품이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1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000 선이 붕괴됐던 H지수는 25일 8,173.11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6일 연중 최고치였던 14,962.74에 비하면 45.4% 낮은 수준이다.
ELS가 ‘국민 재테크’ 반열에 오른 건 빠른 중도 상환 때문이었다. 대체로 만기 3년인 ELS는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면 중도 상환으로 투자자에게 원금과 함께 수익을 안겨줬다. 수익률은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았다. 하지만 H지수의 급락으로 조기 상환이 당분간 힘들어졌고, 원금 손실 가능성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ELS의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인 최초 기준가의 40∼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며, 동시에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가운데 1조5751억 원어치가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ELS들은 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만기 때 손실을 보게 된다.
H지수 반등하면 조기상환도 가능… 만기까지 기다려야
투자자들의 관심은 ELS가 실제로 손실을 일으킬 것인지 여부다. 금감원은 21일 브리핑을 열고 “투자자 손실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투자자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국내 ELS 상품 96.7%의 만기 시점이 2018년 이후이며, 이 기간 안에 지수가 회복돼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실제 손실이 발생할지는 만기 때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며 “섣불리 ELS를 환매하면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H지수가 추가 붕괴할 가능성이 낮아 ELS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당국이 주가나 경기의 경착률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금융위기 당시 저점이 7,800선임을 고려했을 때 추가 하락보다는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LS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들이 선물옵션 상품을 대량 매도하면 H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옵션 상품 매도 물량의 대부분이 H지수 7,000 선 밑에 있다. 8,000 선을 지키고 있는 현 시점에서 ELS 상품이 지수 전체를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다만 ELS 추가 구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최근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원금손실 구간이 3,000∼5,000 선에 형성돼 있어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킬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에도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25일까지 49종 1229억 원어치의 ELS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아직 H지수 하락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H지수의 저점을 확인하고, 장기 투자 가능성까지 고려한 뒤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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