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치아 제작시스템 원천기술 보유 ‘디디에스’
고부가 시장에 도전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100만 명 시대가 열렸다. 국내 의료관광 시장은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한 의료법 개정 이래 지난해 누적 환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6년간 연평균 32.5%의 성장세를 보였다. 의료서비스 산업은 관세와 물류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고수익 수출산업이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차세대 고용창출 산업이다. 세계 의료서비스 시장이 연 4조 달러로 급성장하면서 ‘의료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아직까지 기술적인 인프라가 부족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토종기술로 세계 고부가가치 의료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어 화제다.
치과 전용 시스템을 개발 공급하는 ㈜디디에스(대표 문정본·www.aegisdds.com). 이 회사는 아직 더디고 먼 의료기기 분야에서 ‘디지털 덴티스트리(Digital Dentistry)’를 주도하며 혁신기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3차원 구강스캐너 치아 형상솔루션 ‘AEGIS’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에 둥지를 튼 디디에스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기술대상과 산업기술 유공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온 것.
디디에스는 지난 연말에 열린 ‘대한민국기술대상’ 시상식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보건복지부의 ‘2015년 보건의료기술 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산업기술진흥 유공자(기술개발 부문) 표창을 받았다.
디디에스는 치과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치아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세계 유일의 3차원(3D) 구강스캔시스템을 활용한 인공치아 제작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치아는 지금까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을 통해 생산돼 왔다. 하지만 디디에스의 CAD/CAM 시스템은 3차원 구강스캐너를 통해 입력된 데이터로 보철물을 디자인한 후 가공기로 세라믹을 가공하는 공정으로, 1시간 내에 정확도 높은 인공치아 제작이 가능하다. 기존의 석고모형 스캔 방식에 비해 월등히 빠른 시간과 정확성을 자랑한다.
디디에스의 CAD/CAM 시스템은 환자의 구강에서 치아정보를 확보하는 3D 스캐너와 인공치아를 디자인하는 CAD 소프트웨어, 세라믹 등의 소재로 인공치아를 만드는 CAM 머신으로 구성돼 있다. 세 가지 제품이 하나로 통합된 정식 명칭은 ‘AEGIS’ 솔루션이다.
특히 3D 스캐너는 기존의 석고 모형을 스캔하는 방식을 벗어나 구강 내 정보를 직접 3차원으로 재현하는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직 치과의사들이 개발… 수입장비 단점 개선
디디에스가 2009년 회사 설립 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AEGIS’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각고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다. 물론 그간의 성장통은 만만치 않았다. 독일, 일본 등지의 2∼3개 업체가 쥐락펴락하던 인공보철 치아 제작시장에서 국산제품을 뿌리내리기 위해 쉼 없이 고군분투했다.
디디에스는 ‘디지털 덴털(Digital Dental)’ CAD/CAM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인식하고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마침내 기적을 일궜다.
문정본 대표는 회사 설립 전 울산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평범한 의사였다.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가 ‘AEGIS’ 솔루션 개발의 토대가 된 것이다. 당시 독일 제품을 수입해 썼던 그는 가격이 워낙 높은 데다 디테일한 부분의 재현성이 떨어지는 외국산 제품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다.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고, 이는 디디에스를 창업하는 동기가 됐다.
문 대표는 디디에스 설립 후 ‘체어 사이드(Chair-side·진찰실 옆)’ 인트라오럴(Intra oral) 스캐너와 CAD/CAM 소프트웨어 및 치아가공용 6축 CNC 밀링머신을 직접 개발했다. 독일제품과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한 컴퓨터 치아수복 통합시스템이다. 여기에 임시 치아 제작용 3D프린터를 추가로 개발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원데이(One-day) 디지털 보철물 제작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키웠다. 치의학 박사인 문 대표와 더불어 현직 치과의사로 구성된 임상자문위원 수십 명의 다양한 임상경험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서 60억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신호탄
문 대표는 최첨단 의료기술과 한류 문화를 결합하면 치과용 의료기기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진단했다. 모방할 수 없는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다. 디디에스는 최근 서울대 치과병원과 치과용기기 분야 특화 R&D 플랫폼사업의 일원으로 참여해 연구개발(R&D) 역량을 더욱 다지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도 쐈다. 최근에는 중국 에버케어홀딩스(EVERCARE·Holdings/이메이얼) 그룹과 60억 원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는 등 최근 몇 개월 사이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달 24일에는 에버케어와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자회사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문 대표는 “향후 설립되는 합자회사가 상장이 될 경우 중국 내 치과 의료기기 시장에 큰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 내 유명 치과 체인과 수백 대의 사전공급 승인을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케이팝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치과용 의료기기의 세계 진출을 위한 출발점을 마련한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면서 수입제품을 대체하고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애국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게 문 대표의 신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또 다른 기회와 혜택의 장이 열렸다는 그는 경쟁상대가 오직 세계뿐이라고 말한다. 한 분야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지만 힘이 있는 기업을 일궈낸 의사이자 최고경영자(CEO)의 눈은 세계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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