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쓴맛…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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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고성장시대 마침표… 2015년 4분기 판매 0.4% 증가

잇따른 히트작으로 승승장구하던 애플이 지난해 4분기(10월~12월) 역대 최저 아이폰 판매 증가율로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애플 로고가 그려진 디스플레이 앞을 지나는 한 남성의 실루엣.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잇따른 히트작으로 승승장구하던 애플이 지난해 4분기(10월~12월) 역대 최저 아이폰 판매 증가율로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애플 로고가 그려진 디스플레이 앞을 지나는 한 남성의 실루엣.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애플이 ‘아이폰 피로증후군’에 빠져 성장 동력을 잃었다.” (미국 시넷)

“애플이 새로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USA투데이)

애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미국 언론들도 26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 마감 이후 공개된 애플의 지난해 4분기(10∼12월·애플 회계 기준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애플 주가는 장 마감 뒤 시간외 거래에서 1% 이상 하락했다. 최근 6개월간 애플의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가 줄었다. 시가총액 세계 1위(5550억 달러) 타이틀도 2위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4969억 달러)에 내주는 게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 역대 최고 실적 내고도 불안


이날 애플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에 판매된 아이폰은 7478만 대. 전년 동기(7447만 대)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월가에서 기대했던 7630만 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온 이후 가장 낮은 판매증가율이다. 1년 전인 2014년 4분기만 해도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46%, 전 분기 대비해서는 판매량이 90% 늘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을 실적 둔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신흥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데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에서도 매출이 줄었다는 얘기다.

실적은 시장 기대를 상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매출은 759억 달러(91조800억 원), 순이익은 184억 달러(22조800억 원), 주당 순이익은 3.28달러였다. 애플의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746억 달러, 순이익은 180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3.06달러였다. 지난 분기 총마진율은 40.1%로 전년 동기(39.9%)보다 높았다

이번 분기에는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다음 분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플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1∼3월) 실적 전망치로 매출 500억∼530억 달러를 제시했다. 전년 동기(580억 달러)에 비해 8.6∼13.8%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쿡 CEO는 아이폰 판매량도 1∼3월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애플의 성장을 이끌던 중국 시장의 침체가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분기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국 시장에서 애플은 14%의 연간 성장률을 냈다. 1년 전에는 70%였던 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다. 애플은 1분기(1∼3월)에는 홍콩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이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 제품, 새 시장 시대


전자업계에서는 결국 애플도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앞서 2013년 4분기에도 성장률이 7%에 그쳤던 적이 있다. 이듬해에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원칙도 포기한 채 화면을 크게 키운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를 새로 내놓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바 있다. 그때처럼 아이폰을 꼭 새로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애플은 올 3월 화면을 4인치대로 줄인 ‘아이폰5se’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처럼 작은 아이폰을 찾는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침체에 빠진 중국 대신 인도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도 점쳐진다. 애플은 최근 인도 정부에 애플스토어 매장을 열고 온라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인도는 아직 스마트폰 비중이 전체 휴대전화의 35%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 국내 부품업체 비상

애플에 연간 수조 원어치의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애플에 모바일 D램 등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98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 8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애플에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온 LG디스플레이도 애플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애플#저성장#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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